김만구 미래건설연구원장(공학박사)

 

올해는 한국건설 70년을 맞는 해다. 폐허의 땅에 도로와 철도, 공항을 건설하고 이를 기반으로 우리나라는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 국가가 됐다. 경부고속도로를 비롯해 재정, 기술, 인력도 없이 무모한 도전이란 비난을 받으면서 경제성장 대동맥을 위한 위대한 역사를 이뤄낸 우리다. 이런 위대한 역사를 일궈낸 건설의 역사를 빛내듯 초고층 건물들이 빼곡하고 서울에 123층 타워가 우뚝 솟아 그 기상이 장대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은 모두 102개 동이며 30층 이상 고층건축물은 3266곳으로 파악되고 있다. 앞으로도 도시화가 가속되고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본격화되면 우리나라도 고층 건축물이 도시 경쟁력 과시의 상징으로 변모할 것으로 본다. 이러한 거대한 인프라 등장으로 인한 반대급부적인 사고는 항상 경계의 대상이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이후 시설물 안전에 관한 특별법이 만들어져 지금까지 법적 시설물에 대해서는 정기적인 점검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도 보수·보강·유지관리에 대한 비용은 그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아직도 예산 타령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22년 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그 어떤 이유가 없다.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총체적 부실에서 온 망국병의 시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근 영국 런던 24층 규모의 그렌펠 타워에서 발생한 화재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안전에 대한 비상등이 켜졌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고층건물 화재는 2014년 107건(초고층 11건), 2015년 107건(초고층 8건), 지난해 150건(초고층 8건)이었다. 올해도 6월 기준 57건(초고층 10건)이 발생한 상황이다. 런던화재에서 보듯, 고층건물 화재는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참사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는 30층 이상의 고층건물이 상당수 있는데 비해 소방당국이 보유하고 있는 진화용 고가사다리가 닿을 수 있는 층수는 10층 중반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건물 화재 시 소방관의 신속한 진입과 화재진압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안으로 나오는 소방 헬기 역시 바람의 영향을 많아 초고층 건물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전·충남소방본부에 따르면 대전지역에는 30층 이상 건물이 76개, 충남 지역에는 9개가 있다. 한 소방관계자는 “고층건물의 화재진압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시민의식과 실제로 고층 아파트나 건물에 화재가 나면 소방용 고가사다리차 접근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화재진압 방법과 피난대피 시설에 대한 실효성 검증, 비상대피 훈련방법에 대한 현실성 있는 제도적 개선 및 매뉴얼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건물마다 설치된 피난대피 시설부터 실제 상황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대부분 시설들이 건축 인허가를 받기 위한 형식적 시설로 무용지물이 대다수인데도 방치하거나 묵인하고 있어 정부가 안전에 대한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화재 시 소방용 난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옥외 대피시설을 별도로 설치해서 화재진압 장소로도 활용하고 피난대피구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로 패러다임을 바꿔나갈 수 있도록 의무화하는 입법을 검토해야 한다.

싱가포르만 보더라도 건축자재의 내화 내연성 자재 사용은 기본이고 24m 이상 건물의 경우 스프링클러, 방화벽, 소방시설 의무화, 소방차 접근 도로의 확보 등 조기 진압 및 대피 시스템 도입으로 재난으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초고층 건물, 장대교량, 장대터널 등 초일류 인프라 시설이 경쟁하듯 날로 진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안전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후 수습적 행태가 우리 곁에서 없어지는 날 국민이 안전하게 생활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정부의 의무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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