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를 좋아하던 전국시대 송(宋)나라 저공(狙公)이 형편이 어려워지자 원숭이들을 불러 놓고 이렇게 말했다. “이제부터 너희들한테 ‘아침에는 도토리 세 개, 저녁에는 네 개’를 주려고 한다. 괜찮겠느냐?” 그러자 원숭이들은 저녁보다 아침에 하나 적으면 배가 고프다며 아우성이었다. “그렇다면 아침에 도토리 네 개, 저녁에는 세 개로 하자꾸나. 그렇게 하면 아침에 저녁보다 한 개를 더 많이 먹게 되는 셈이지. 어떠냐?” 그러자 원숭이들이 이번에는 모두 좋다고 기뻐했다.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일화다.

21일 의장단 보궐선거에 나서는 공주시의회의 모습이 조삼모사다. 18일 후보 마감 결과 의장에 윤홍중(한국당), 부의장에 우영길(무소속), 의회운영위원장에 이종운(민주당), 행정복지위원장에 김동일(민주당), 산업건설위원장에 배찬식 의원(민주당)이 출사표를 던졌다. 각각 단독 출마한 만큼 달리 이변이 있을 수 없게 됐다. 시의원 11명 중 김영미 임시의장을 포함한 6명이 다시 뭉친 만큼 무투표 당선과 다름없다.

이번 대진표는 법원으로부터 무효판결을 받은 지난해 7월의 의장단 구성과 똑같다. 물론 정식 절차를 밟는 만큼 또 다른 법적 논쟁을 피할 수 있겠지만, 무한갈등의 반복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감투싸움과 밥그릇 싸움의 반복이라는 점에서 결과는 매한가지다. 결국 조삼모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또 의장단 보궐선거를 위한 임시회 소집 요구가 수적 유·불리에 따라 결정되는 점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기준과 원칙이 없다는 비판이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멘스, 남이하면 불륜)식의 이중 잣대로는,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는 식의 대결정치로는 원만한 의회운영을 기대하기 어렵다.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하는 우영길 의원의 태도는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민주당 의원들과의 불화로 당까지 탈당했던 그다. 심지어 지난해 7월 의장단 선거와 관련해 “휴대폰을 뺏는 등의 감시와 모 업자의 돈 봉투 제공 등이 있었다”며 고발까지 했던 그가 돌연 의회정상화를 이유로 민주당과 의기투합했다.

탈당 후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과 뜻을 같이했던 그가 돌연 입장을 바꾼데 대해 시민들은 물론 상대 의원들조차 의아해하는 눈치다. 의회 정상화라는 그의 명분이 얼마나 진실성 있게 다가갈지는 의문이다. 이미 신뢰를 잃은 양치기 소년 같은 공허한 말(의회 정상화)을 누가 믿을지. 한 사람에 의해 의회가 이리저리 휘둘리는 지금의 사태가 바람직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자리를 뺏기지 않기 위해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는 지금의 시의회가 딱하지 않을 수 없다.

21일의 의장단 보궐선거가 의미를 가지려면 적어도 충분한 토의와 고민이 있어야 했다. 지금처럼 일방에 의한, 수적 우세에 의한 밀어붙이기는 자리는 보전할 수 있을지언정 시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할 것이 자명하다. 존중과 배려의 공동체 정신에 위배되고, 소통과 화합의 협치가 아니라는 점에서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겉으로는 의회 비정상화의 정상화로 포장되겠지만, 비정상화의 반복이자 무한갈등의 반복이라는 점에서 더 이상의 촌극이 빚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공주=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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