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형 청운대학교 교수

2015년 칠레에서 열렸던 청소년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한국 축구는 큰 관심을 끌었다. 예선 라운드에서 세계 최강으로 알려진 브라질을 이긴 것이다. 그때까지 모든 대회를 통틀어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브라질을 이기자 국내 매스컴에서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대표 팀의 훈련방식이나 전술은 물론이고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취재 대상이 된 것이다. 그중에서 ‘월드컵 긴장돼? 축구 왜 시작했어? 결과는 나중이야! 그냥 한 번 즐겨봐!!’란 메모를 훈련 장소에 붙였던 것은 큰 화제였다. 그런 메모 덕분인지 어린 선수들은 부담감에서 벗어나 즐거운 마음으로 훈련했던 모양이다. 그 결과 강팀을 이긴 것이다.

그 메모와 같은 용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욜로(YOLO)가 바로 그것이다. ‘You Only Live Once’로부터 온 이 말은 ‘오직 한 번뿐인 인생’이라는 뜻이다. 한 번뿐인 인생, 순간을 즐겁고 의미 있게 살자는데 반대할 사람이 있겠는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욜로는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말한다. 다른 것은 생각하지 말자는 뜻이다.

이 용어가 매스컴에 등장하자마다 방송가에서는 욜로 열풍에 휩싸였다. 여기저기에서 여행, 취미, 쇼핑, 음식 등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방영된 것이다. 덕분에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들 프로그램에서는 욜로의 소비적인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했다는 비판이 더해졌지만 이 주제를 시청자의 삶에 가깝게 전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받았다. 그럼에도 욜로처럼 자기 삶을 마음대로 사는 것이 쉬운 일인가? 그렇지 못할 것이다.

젊은이는 취업난을 이기기 위해 미래를 준비하지 않을 수 없으며 경쟁이 치열해도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기성세대도 날마다 해야 할 일 때문에 한시도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갈 수 없다. 애들 교육은 물론이고 집을 마련해야 한다거나 은퇴 후의 삶도 준비해야 한다. 빡빡한 일상으로부터 한시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즐거움을 위해 현재를 마구 소비해 버린다면 미래는 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모두들 ‘오늘 쉬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는 경구를 마치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살고 있다.

욜로와 같은 라이프 스타일은 하루를 충실하게 보내지 못해서 등장한 것이 아니다. 다가오는 미래를 걱정하거나 염려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표출된 현상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본 중심의 시장주의가 강해지면서 각박해지는 세상살이에 대해 자신의 책임을 강조하는 심정도 곁들여 있다. 따라서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걱정을 던져 버리고 현실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욜로는 역설적이게도 현재를 소비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더 충실하자는 소리로 들린다. 소비행위도 충동적 소비가 아니라 삶의 경험과 질을 중시하여 소비하라는 것으로 다가온다.

현실에서 ‘욜로(YOLO)!’라고 외치며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연중 한두 차례씩 갖게 되는 휴가가 그때다. 휴가는 일상의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고 자신만을 위해 갖는 시간이다. 매일 겪게 되는 스트레스, 불안, 경쟁, 번거로움 등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내일을 준비하거나 재충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휴가 때는 쉬는 것 자체보다 쉬는 동안에 급한 용무를 처리한다거나, 기력을 보충해 활기차게 일하기 위한 계획의 시간으로 보낼 수 있다. 도끼질만 하는 나무꾼보다 잠시 쉬면서 도끼날을 세운 나무꾼이 더 쉽게 나무를 넘어뜨리는 법이다.

휴가 기간에는 낯선 곳에서 멋진 풍경을 마주하여 감동을 받거나 가까운 사람은 물론 예상치 못한 사람을 만나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인류의 열정과 재능, 기술이 만들어 놓은 유적지를 방문하거나 생생한 삶의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넓디넓은 세상을 보아 시야를 넓힐 수 있다. 무엇을 하던지 한 번뿐인 인생처럼 자기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때가 바로 휴가다. 이번 여름휴가에는 욜로 족처럼 ‘탁(TAK)!’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기 마음대로 보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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