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뭇매 속 소속당 징계 예고

물난리 속에 ‘유럽 외유’를 강행한 충북도의원들을 비난하는 여론이 고조되는 가운데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이 해당 의원들에 대해 징계 의사를 표명했다. 도의회는 부랴부랴 이들에게 조기 귀국을 종용하고 나섰다.

충북시민단체연대회의 등은 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4명의 의원이 지난 16일 수해를 겪은 지 이틀만인 18일 8박 10일 일정으로 유럽 연수를 떠난 것과 관련, 19일 “기습적인 폭우로 충북에서 사망자가 7명이나 발생하고 700여 채의 주택이 침수됐는데 정작 도의원 4명이 해외연수를 떠나 도민의 실망과 분노가 크다”라고 비난했다.

한국당 김학철(충주1)·박봉순(청주8)·박한범(옥천1), 민주당 최병윤(음성1) 의원과 함께 도의회사무처 직원 등 공무원 4명도 동행한 이번 해외연수에는 도민 혈세 4500만 원이 들어갔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극심한 피해를 본 청주 가경동 강서동의 지역구 도의원까지 외유길에 올랐다. 불과 하루 전 청주 등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달라고 요구하고선 곧바로 다음 날 해외연수를 떠난 건 앞뒤가 맞지 않는 한심한 처사”라며 도의회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충북경실련은 성명을 통해 “도민들을 대변하고 피해 복구에 정신이 없어야 할 도의원들이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났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도민의 시련과 아픔을 함께하지 않는 사람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각 정당은 해당 의원들을 내년 지방선거 공천에서 배제할 것을 천명하라. 물난리를 겪은 도민을 팽개치고 해외연수에 나선 의원들은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처럼 충북도의원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하면서 도의회가 해당 의원들의 조기 귀국을 종용했다.

김양희 도의회 의장은 “유럽 현지에 도착한 의원들과 어제 저녁부터 전화 통화를 해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도의원 모두 연수 일정을 취소하고 곧바로 귀국하도록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김 의장은 “해당 의원들도 이번 연수가 부적절했다는 점에 동의했다.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했다.

한편, 19일 충북을 방문한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자당 소속 3명의 도의원에 대해 징계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집중호우 피해지역인 청주 상당구 낭성면 시골된장 시범화사업장에서 복구작업에 참여한 홍 대표는 “충북에서 수해가 발생했는데도 굳이 유럽연수를 떠난 우리 당 도의원 3명은 징계 절차를 밟게 될 것이다. 외유 중간이라도 귀국하는 게 옳다”라고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다.

민주당 충북도당도 보도자료를 통해 “해외연수에 우리 당 의원 1명이 포함됐다. 이는 생활정치와 책임정치를 하겠다는 약속을 위반한 것으로 스스로 회초리를 들어 해당 의원을 도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해 엄중 문책하겠다”라며 “수해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주민과 자원봉사자들께 죄송하다. 지역위원회별로 봉사대를 구성해 수해 현장에서 아픔을 함께하겠다”라고 했다.

청주=민태찬 기자 tttcha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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