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호 대전시 교통정책과 교통전문직

 

우리는 수많은 규제와 함께 살고 있다.

집 밖을 나오자마자 도로에는 신호, 속도, 주차를 비롯한 환경, 산업, 건축 등 수많은 규제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규제들은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사회 질서를 유지하며 결과적으로 공익을 증진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규제집행과정에서 의도와는 다르게 반대의 효과를 나타나기도 한다. 한 예로 2001년부터 시작한 백화점 셔틀버스 규제는 주변 재래시장과 영세상인을 보호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높이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주변 재래시장 및 영세 상인에게 큰 매출증가를 가져다주지 못했으며 시민들이 대중교통보다 자가용을 이용함으로써 백화점 주변의 교통체증이 심해지는 역효과를 낳았다.

이렇듯 공익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규제가 본래의 목적과 반대의 결과를 발생시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이러한 현상을 미국 시카고 대학의 선스타인 (Case R. Sunstein)교수는 ‘규제의 역설’이라고 정의 했다. 교통분야의 대표적인 제도중 하나인 ‘교통영향평가’는 교통수요의 급증과 무질서한 개발로 인해 도시 내 교통문제가 날로 심각해져 사회·경제적으로 막대한 비용의 손실을 초래함에 따라 1986년 마련된 이후, 사업시행자의 지속적인 민원에 따라 규제개혁위원회 등 수차례의 제도개선을 통해 현재는 「도시교통정비촉진법」으로 규정해 오고 있다. 교통영향평가는 일정규모 이상의 개발사업과 시설로 인해 유발되는 교통 혼잡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시행 전 교통개선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시민에게 도시교통의 원활한 소통과 쾌적한 통행권을 제공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제도이다. 그런 만큼 교통영향평가도 ‘규제의 역설’로 정의되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해답은 앞서 교통영향평가제도가 수차례의 제도개선을 거쳤다고 밝힌 것에 있다. 실례로 교통유발이 크게 발생되지 않는 발전소, 주유소, 충전소, 등이 평가대상 시설로 포함되었으며, 심의절차도 매우 복잡하고 기간도 길게 소요되어 사업시행자 입장에서는 시간적, 경제적 부담을 주는 제도로 인식되었다.

제도개선의 내용 중 일정부분은 인정하지만, 아마도 제도개선의 주된 목적이 공익(公益)을 중시하는 교통보다는 사익(私益)을 대변하는 쪽에 무게중심이 크게 작용되었다고 생각된다.

2013년 1월 대전시는 「교통영향평가 대상사업 및 범위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대규모 개발사업, 공동주택, 판매시설 등 교통유발이 많은 사업이나 시설물에 대해서는 오히려 평가대상사업범위 기준을 강화해 적극적으로 도시교통문제 해결에 나서기 위함이다.

2009년 서울과 부산에 이어 광역시에서는 두 번째로 조례제정이 된 사례로 공동주택, 의료시설, 운동시설, 대학교 등의 용도는 서울과 부산시보다 평가대상 기준이 더 강화된 조례다. 대전시의 이런 변화는 도시교통의 문제를 공익의 문제로 접근하여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행정의 의지라고 생각한다.

최근 대전시 자료에 따르면 교통영향평가를 통해 완화차로 설치, 교차로 기하구조 개선, 교통수요 예측을 통한 적정 주차 공간 확보 및 교통안전시설 확충 등으로 주변 교통 혼잡이 최소화되고 보행 교통 환경 개선에 크게 기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효과를 계량 분석한 결과, 2016년 기준 교통영향평가를 통해 약 193억 원의 예산절감 효과와 시민들의 교통편의가 개선된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교통영향평가를 통과한 개발 사업지구나 시설물은 주차장 이용 편리해지고, 보행 및 차량동선이 안전하고 원활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이게 됨으로써 동시에 건축물의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변 환경과 생각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코이의 법칙’처럼 교통영향평가를 규제의 어항 속에서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규제의 역설현상은 보완하고, 생각의 전환을 통해 제도의 선순환 효과로 이어지는 제도로 자리매김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