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에서 산과 물이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며 항상 함께한다. 산과 물은 시작과 끝이 하나의 음양으로 이뤄진 태극을 이룬다. 산은 머물러 있음으로 음(陰)이며 물은 움직임으로 양(陽)으로 산과 물이 서로 만나야 음양이 결합하는 명당을 형성한다. 물은 산을 따라 흐르며 산세의 기운은 바람을 만나면 흩어지고 물을 만나면 멈추게 된다. 그래서 풍수의 명당은 바람을 막아주고 물을 얻는다는 장풍득수(藏風得水)를 으뜸이라 하며 이를 축약해 풍수(風水)라고 한다.

산의 능선을 용(龍)이라 말하며 산의 줄기가 이어지는 것이 맥(脈)이라 하고 그 형태와 원근(遠近)에 따라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인지한다. 용의 참됨은 태조산(太祖山)으로부터 장막을 열어 중심을 뚫고 살아 움직이듯 기복(起伏)하며 자유롭게 활동한다. 이를 통해 주위의 산세가 보호하고 물과 교합해 유정(有情)해야 한다. 또 용의 행도(行道)를 살핌에 있어서 용의 기운이 가고 있는지, 머물고 있는지, 큰지 작은지를 알아야 한다. 따라서 산세가 아무리 뛰어나고 화려하고 웅장할지라도 용인 산맥이 머물러야 할 곳은 머물러야 하고 가야 할 곳은 가야만이 길지(吉地)가 되는 것이다.

대전의 경우 장풍득수인 풍수의 명당터다. 산과 물이 음양으로 잘 배합됐고 분지 형태로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보호받아 장풍(藏風)을 이룬다. 3대 하천을 비롯해 물을 얻게 됨으로 득수(得水)가 된다. 대전의 조산(祖山)은 대둔산이다. 따라서 대전의 산과 물은 대둔산에서부터 시작된다. 대둔산의 산세 가운데 대전을 이루는 산은 3곳이며 이 모두가 명당이다. 그 첫째가 산의 흐름인 용맥은 이성계의 태실이 있는 만인산을 중심으로 식장산과 계족산이 형성돼 동구와 대덕구를 이룬다. 보문산을 중심으론 중구 문화권이 됐다. 산이 있으면 반드시 물과의 교합이 있어야 명당이다. 식장산과 계족산은 대동천과 대전천, 유등천, 갑천을 만나고 보문산은 대전천과 유등천을 사이에서 명당터를 이룬다. 둘째의 용맥은 장태산과 도솔산을 거쳐 둔산의 명당터를 이룬다. 또한 물과의 교합은 유등천과 갑천이 명당터를 보호하며 감싸고 흐른다. 셋째의 용맥은 계룡산을 거쳐 구봉산과 빈계산을 중심으로 대전의 서남부 지역인 도안 신도시를 형성하고 금병산은 대덕 연구단지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물과의 교합은 진잠천과 화산천, 유성천, 반석천, 탄동천, 관평천과 갑천이 어우어진 명당 터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대전은 대둔산의 용맥으로부터 시작돼 3개의 터전을 이루고 물의 기운인 수세는 대둔산 골짜기로부터 시작된 유등천과 갑천이 흐르면서 산과 물이 자연적으로 교합해 명당터를 형성하게 되며 최고의 길지를 이룬다.

물(水)의 특성을 알아보자. 물은 움직임은 있으나 흐트러짐이 없어야 한다. 명당으로 들어오는 물은 구불구불 굽어서 느릿느릿하게 들어와야 좋은 길수(吉水)가 되며 혈(穴) 앞에 모든 물이 모여서 명당을 감싸야만 부귀융성(富貴隆盛)할 수 있다. 또 혈처를 향해 들어오는 물이 반대로 돌아 서거나 역류하는 것은 좋지 않으며 물이 굽어서 오지 않고 직선으로 들어오거나 급류로 흐르는 것은 이롭지 못하다. 물의 개념에는 두 종류가 있다. 사실 그대로의 물이 있고 관념적(觀念的) 물이 있다. 관념적 물은 계곡과 들판, 내, 하천, 강, 바다 등이 모두 물(水)의 개념으로 인식된다. 또 인위적으로 물길을 바꾸거나 막는 것은 물의 순리를 거역하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물은 터잡기의 필수 조건이다. 아울러 산과 물이 만나는 자리는 우리 민족의 입지조건에서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 산(山)이 우리에게 주는 경제적 이익과 물(水)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을 고루 갖게 되는 곳이 명당이 된다. 물은 교통을 이롭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 심성에 평화와 안정을 주기도 한다. 자연이 주는 산과 물을 풍수는 이를 이해하고 활용하여 우리 인간의 삶을 보다 윤택하고 안락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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