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대전 동구 홍도육교가 전면 통제됐다. 대전의 동쪽과 서쪽을 연결하는 핵심도로로 역할을 해 온 홍도육교는 오는 28일부터 본격적으로 철거에 들어가 2019년 12월까지 지하화공사를 추진한다. 
전우용 기자 yongdsc@ggilbo.com
▲ 20일 오전 10시를 기해 차단된 홍도육교 앞, 공사관계자들이 차량을 우회시키고 있다.

 

대전 동·서를 잇는 홍도육교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육교는 아직 남아있지만 철거를 위한 전면 통제에 들어가면서다. 홍도육교가 폐쇄되던 날, 일대는 이런저런 풍경들을 자아냈다.

20일 오전 9시 45분경 차량통제 준비를 알리는 사이렌이 울렸다. 5분 후 우회를 유도하는 사인보드카가 배치되고 방송이 시작됐다. 그리고 오전 10시 정각 경찰의 수신호와 함께 홍도육교는 33년 복무를 마치고 은퇴를 알렸다. 순간 경찰과 모범운전사, 대전시 관계자 등 현장 통제 지원 인력들의 몸짓이 분주해졌다.

출근시간이 지난 상황이어서 통행 차량은 많지 않았지만 육교 진입 통제선에서 일부 운전자들이 방향을 돌려야 했다.

우려했던 혼란은 벌어지지 않았고 통제에 대한 반응은 가지각색으로 표출됐다.

이곳을 지나던 김 모(43) 씨는 통제를 안내하는 현수막을 가르키며 “여기서 조금 떨어진 우리 아파트에도 걸려 있다”며 “앞으로 우회하는 등 통행불편이 있겠지만 (지하차도가 완공되면)소통이 원할해지지 않겠냐”고 기대했다.

물류유통업에 종사하는 조 모(38) 씨도 “어렸을 때부터 홍도육교를 보고 자랐다. 내 나이와 비슷할 텐데 철거된다니 아쉽기도 하다”며 “당분간은 통행이 불편하겠지만 앞으로 소통이 편해진다면 감수해야 할 부분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차량통제는 이곳을 지나던 시민들의 발길도 멈춰 세웠다.

홍도육교 인도교를 오간 신 모(85) 할아버지와 윤 모(80) 할아버지는“걸어서 통행하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는데 지하화 공사가 끝나면 차량통행뿐만 우리 같은 노인들이나 휠체어탄 사람들까지 편하게 다니지 않겠냐”고 했다.

그러나 인근 상인들은 울상이다.

홍도육교오거리 인근에서 12년째 사무용가구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강 모(58) 씨는 “이 상권은 오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며 “다들 교통혼잡으로 매출이 반 토막 날 것이라고 걱정한다. 보상도 없어서 막막한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서부경찰서 육교공사를 했을 때도 반경 200m 상권이 죽었다”며 “교통소통 원할 등 지하화의 취지에 공감하지만 그로 인한 피해 대책과 보상이 필요하다. 2~3개월 지켜보고 인근상인들과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소방당국의 시선도 바쁘게 오갔다. 응급차량 동선을 미리 살피기 위해서다.

신흥섭 중부소방서장은“어느 방향에 차량이 좀 더 정체되는지 보러 나왔다”며 “응급환자 골든타임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회한 차들이 동산지하차도, 성남지하차도 쪽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이곳 주민들과 통행하는 운전자들은 우회에 따른 병목현상 등을 걱정했다. 동산지하차도 인근 한 주민은“차량이 몰리는 데 따른 생활민원이 쏟아질 것”이라며 지나는 차들을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우회도로로 노선이 변경된 시내버스 1대는 길을 헤매기도 했다. 버스운전사는 교통 통제 중인 모범운전사에게 길 안내를 받은 뒤 제 길을 찾아갔다. 모범운전사는 “동산지하차도는 평소 차량 소통이 많은 곳”이라며“출퇴근 시간대에 교통지도를 계속해 주민불편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그래도 막히는 삼성지하차도도 차량 만원사례에 시달렸다. 근처 편의점 직원 이 모(30) 씨는“공사 중인 삼성지하차도 측면도로를 홍도육교가 철거되기 전에 개통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공사 안내판에는 지난 15일 공사가 완공된다고 적혀 있었다.

홍교육교는 S자로 굽어 있어 낙상사고를 비롯해 1년에 20여 건의 차량사고가 발생한 곳이다. 이뿐만 아니라 출퇴근 시간의 정체, 분진, 소음, 경관 등에 대한 시민들의 다양한 개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는 지하화로 매연, 차량소음 감소 등 쾌적한 도시환경과 도로 확장으로 인한 차량 통과시간 단축 등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시공사 측은 주변 상권 및 주민 피해 최소화를 위해 
EDCS(Environment Data Coding Specification:건식절단공법)를 도입할 예정이다. 홍도과선교 개량 공사를 담당하는 대우조선해양주식회사 강승호 차장은 “EDCS 시스템은 공기 중에 발생하는 먼지를 바로 빨아들이기 때문에 대기 오염을 100% 막을 수 있다. 또 공사 구간마다 분진방지 커버를 씌워 먼지 피해를 줄일 것”이라며 “소음의 경우도 에어방음벽을 설치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내달 27일부터 본격적으로 공사가 시작되는 홍도육교 지하화 공사는 오는 2019년 완공이 목표다.

박현석 기자 phs2016@ggilbo.com
신성재·이승혁·임은혁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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