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을 밑천삼아…끊임없는 '변화'로 승부걸다

결과는 노력을 동반해야 얻을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노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선 좋은 기회가 왔을 때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준비라는 것이 필요하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준비 말이다. 중소기업을 30년 가까이 지속해 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IMF 외환위기 등 굵직한 사건이 많았던 우리 사회에선 특히나 그렇다. 28년이라는 시간을 중소기업 대표로, 기업이란 울타리 안의 사람들과 함께 지내기 위해 한결같은 노력을 기울여 온 이가 있다. 심황용(58) SH테크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같이하는 이들과 같이 나아가기 위해 늘 준비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버틸 수 있는 힘, 준비

심 대표는 1988년 사업을에 손을 댔다. 고등학교 졸업 후 일을 시작했던 그는 개인 사업을 시작한 그 시절을 굉장히 어려웠다고 기억한다. 그가 배웠던 곳은 지금도 이름이 굵직한 대기업으로 모든 일이 편하고 쉬웠다. 지시한 일을 하면 됐고 필요한 건 요구하면 쉽게 해결 가능했다. 하지만 대기업에서 배운 룰은 그가 사업을 시작한 그곳에선 적용이 되지 않았다. 대기업과 너무 다른 중소기업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한 명의 사원으로 일을 하며 배움만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만 중소기업이 처한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였죠. 우리나라에 이런 환경이 있구나라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정말 힘든 시기였습니다. 살기 위해 노력해야 했죠. 물론 지금도 살기 위해 노력하는 건 마찬가지지만요.”

2001년 법인으로 전환해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고 있는 심 대표는 ‘준비’를 강조한다. 한결같은 인생이 없기 때문이다. 무슨 일을 해도 술술 풀리는 호시절, 당연히 자신감도 생기고 욕심도 생기기 마련이지만 그는 굴곡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은 절대 생각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미리미리 준비해 놓고 어려운 시절을 대비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큰일을 겪게 됩니다. 대표로서 반드시 필요한 게 욕심을 버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원 관리 측면에서도, 경영 측면에서도, 인력 관리 측면에서도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죠.”

심 대표가 이야기하는 준비의 첫 번째는 자금이다. 대표가 회사가 잘 돌아간다고 대표가 제 주머니를 우선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개인 주머니에 들어간 돈은 절대로 회사로 돌아오지 않는단다.

“회사에는 항상 얼마 이상의 자금이 있어야 합니다. 좋은 시절이야 서로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시절엔 욕설과 고성, 주먹이 오가기도 하니까요. 그런 일이 없도록 미리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기업을 이끌어 온 시간이 오래된 만큼 다양한 경험을 하기도, 듣기도 해 온 그는 ‘돈’ 때문에 큰일을 겪은 이들을 많이 봤다고 말한다. 특히 IMF의 서슬퍼런 태풍이 불었던 그 시절을 잊지 못한다.

“우리나라 정밀 부품 관련 사업의 역사는 매우 짧습니다. 3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정밀 부품을 하는 곳이 없었으니까요. 사업을 시작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기술적인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그곳에 해법이 있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어렵게 개발한 아이템을 대기업에 납품하고 어음을 받았습니다. 너무나도 기뻤지만 그 기쁨은 며칠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그 대기업이 1차 부도가 났거든요.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자동차 회사였는데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다행인 점은 그가 만들어 낸 아이템이 뛰어났다는 것이다. 송곳이 주머니에 있어도 삐죽 튀어나오는 것처럼 심 대표의 아이템은 다른 곳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었고 그 덕에 대기업에 줄줄이 엮여 문을 닫아야 하는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때 생각했습니다. 한 곳만 바라보고 일을 하면 안 되겠다는 깨달음 같은 것이었죠. 그 결과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변화의 힘이었죠.”

#.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다

심 대표는 입버릇처럼 ‘살아남기 위해서’였다고 말한다. 살아남기 위해 준비했고 노력했다는 의미지만 그 안에는 흐름을 읽고 그 흐름에 몸을 맡긴 흔적이 보인다.

“살아남기 위해 거래처와 매출처, 업종까지도 다변화해야 했습니다. 관리적인 측면에선 한 곳에 집중하는 편이 훨씬 쉬운 일이지만 회사와 직원을 생각하면 좋지 않은 선택이라는 걸 알게 됐죠. 변화는 필수였습니다.”

심 대표는 회사에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1차 제조업의 특성상 직원의 대다수가 고령층이었고 컴퓨터에 C도 모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기에 그들이 편하고 쉽게 일을 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었다. 다른 곳에서 쓰일 시스템이 아닌 자신의 회사에서 자신의 직원들이 사용할 그런 시스템 말이다.

“일하는 사람은 일만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관리라는 건 어떤 일이 벌어진 후에 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예방을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체크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컴퓨터를 잘 모르는 직원들이 컴퓨터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그들이 해야 할 일을 그림으로 표현해 전달했습니다. 만화책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이길 원했습니다.”

과거의 방식을 벗어난 그의 선택은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 제품의 불량률이 줄어들었고 좋은 제품을 만드는 회사라는 인식은 경쟁력을 갖게 했다.

“옛 방식 중 좋은 것이라면 따라가야 하겠죠. 하지만 잘못된 것을 알고도 그 방식을 고수하는 건 잘못된 겁니다. 그런 부분은 과감히 변화시켜야죠.”

#. 함께 즐거운 곳, 회사

심 대표가 수장으로 있는 SH테크는 23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중소기업의 고질병으로 불리는 인력난은 그도 피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그와 함께 하는 이들의 평균 근속년수가 10년이라는 점이다. 다른 회사와 다른 점이 없다고 심 대표는 말하지만 분명 특별한 점이 있다. 분위기다. 서로 위해주는 가족 같은 분위기 말이다. 두 달에 한 번은 직원들이 함께 모여 먹고 웃을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다른 회사도 다 하는 일’이라고 겸양을 보이는 심 대표의 모습과 반대로 직원들의 모습엔 자부심이 넘친다. 회사가 즐겁다는 뜻이리라.

‘향후 직원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가겠다’는 심 대표의 말 속엔 ‘함께 같이 가자’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그의 목표가 ‘들어오면 나가기 싫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라는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과학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일은 사람이 합니다. 일이 계속 유지되기 위해선 일이 즐거워야 하겠죠. 그들이 보다 편하고 즐겁게 일을 하게 만드는 게 바람입니다.”

봄이면 함께 뒷산에 올라 나물을 뜯고 가을이면 밤을 까먹는다는 심 대표의, 또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앞날에 빛이 가득하길 기대해 본다.

글=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사진=전우용 기자 yongdsc@ggilbo.com

 

㈜에스에이치테크(shtechn.com)는

마이크로 모터와 일반 모터용 정밀 샤프트 및 기계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주력사업인 정밀부품 가공품류 중 자동차, 전력량계, 선박용 등에 사용되는 샤프트 및 절삭품 등은 다양한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다. 2009년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 R&D 투자비율을 높여 지속적으로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특허 및 실용신안 등록을 통해 확보한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 신규 시장으로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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