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로 대전교총 회장

 

문재인정부는 교육혁신을 위해 파격적인 정책을 제시했다. 현재 교육의 문제는 입시위주의 경쟁교육으로 학생의 행복도가 낮고 창의, 개성교육이 되지 않고 있고, 공교육이 무너졌으며 그 중심에 사교육 광풍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역대정부도 사교육을 억제하려고 사교육 금지령을 내리거나 학원영업시간을 제한하고, 학교의 방과후 수업을 확대하기도 하였는데 바로잡지 못했다. 어느 교육학자의 말처럼 '사교육은 사회에서의 지나친 경쟁과 학벌주의가 사라지지 않는 한 영원할 것이다'라는 말이 실감난다.

그래서 소위 명문고를 없애고 고교평준화를 시도했으며, 개인별 학력고사 점수제를 수능점수의 9개 등급화로 구간화하였다. 또 대입제도를 수능위주에서 학생부종합전형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심지어 대선 때마다 서울대 폐지, 국립대 연합대학론도 거론되어 학벌위주의 사회분위기를 혁신하고자 했다. 최근 재능 맞춤형 교육을 위해 중학교에 자유학기제를 두어 재능계발 및 진로적성 교육을 시작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과거 자신들이 경험한 경쟁적 교육에 익숙하고 사회의 학벌문화, 차별적 직업환경에 대한 불만이 커서 여전히 학생의 개성이나 재능보다는 부모의 희망에 따라 교육시키려 하고 있어 경쟁적 사교육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 결과 교육비 부담이 저출산의 원인 중의 하나로 작용할 정도로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유아부터 고등학교까지 교육의 국가책임을 강화하여 유보통합 및 교육비 국가부담, 국공립유치원 확대, 고교 무상교육 확대를 통해 평등적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을 억제하려 하고 있다. 고교평준화 이후 자사고, 특목고 등으로 만들어진 명문고가 또 다른 서열화 경쟁교육을 부추기므로 자사고는 없애고 특목고는 일반고 입시와 동시에 실시하여 성적우수 학생을 우선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특목고의 교육방향에 맞는 학생이 입학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고등학교에 대학처럼 학점취득제 수업형태를 도입하여 학교는 다양한 교과목, 수준별 수업형태를 개설하고 학생이 선택하여 진로와 개성에 적합한 학점을 취득하도록 하여 학생이 주도적, 자발적으로 학사관리를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수능평가를 절대평가제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변별력이 낮아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현재의 9등급 분포가 사실상 2~3등급으로 조정될 수 있어 자격고사화될 것이므로 수능에 얽매이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면 대학은 학생부종합 전형을 통해 자연스럽게 모집학과가 필요로 하는 교과목과 성적을 취득한 적성에 맞는 학생을 선발하게 된다. 문제는 무었일까? 첫째, 유아부터 고교까지 국가책임을 강화하고, 대학등록금을 반값으로 인하하려면 막대한 국가재정이 필요하므로 결국 예산확보가 관건이다.

둘째, 창의 적성교육 강화, 지나친 경쟁교육 완화는 필요하지만 평등교육에 매몰되어 잘못 운영되면 방임교육이 되고 학력 하향평준화가 될 가능성이 있다. 셋째, 선진 외국처럼 학부모와 교사, 학생 간 충분한 소통과 협력이 어려운 여건에서 학생의 자주권만 강조되면 방종으로 이어질 수 있고 또 다른 학교갈등이 발생될 수 있다. 촌지 문제로 단절된 교육 3주체 간의 소통과 협력의 관계회복이 선행돼야 한다. 넷째, 고교학점제는 이미 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로서 환영하지만 준비가 충분해야 한다. 다양한 교육프로그람 및 콘텐츠를 충분히 개발하고, 이에 필요한 많은 교실과 교원 확충이 전제되어야 한다. 물론 단계별로 실시하고, 도시의 학군별 학교 간 이동수업을 할 수 있겠지만 외국처럼 공동으로 운영하는 스쿨버스도 없어 쉽지 않다. 더구나 시골 소규모 학교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워 지역적 불평등이 발생된다. 시골지역은 예산지원을 확대하고 기숙학교 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사교육이 더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학생의 적성이나 수준을 무시하고 학부모의 욕심이 개입될 경우 다양한 종류의 사교육이 증가할 수 있다.

다섯째, 초·중등 교육사무를 교육청에 이관할 계획인데 교육자치 강화에는 유리하지만 새로운 교육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 현재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가 낮아 지역 간 불평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교육을 지자체와 교육청에 이관할 경우 재정이 어려운 지역의 교육은 심각히 훼손될 수 있다. 또 교원의 지방직화가 연동될 경우 지역 간 교원의 질적 차별도 불가피하다. 여섯째, 대학 반값등록금은 환영하지만 교육비 인하로 인한 대학의 교육질 저하가 우려된다. 이미 오랬동안 등록금이 동결되고 학생수가 감소되어 대학재정이 크게 악화됐다. 4차산업 혁명에 대응한 교육을 하려면 메이커스페이스와 같은 새로운 실기 교육시설과 프로그람이 필요하다. 정부는 창의교육, 창업교육을 강조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은 이를 위한 교육투자가 어려운 여건이다. 반값등록금에 상응하는 대학 재정지원이 전제되어야 4차산업을 주도할 미래교육이 가능하다. 중학교 3학년 학부모는 새정부의 교육정책에 따른 대학입시를 처음 적용받게 되어 관심이 뜨겁다. 그동안 이렇게 뜨거운 학부모의 교육열정이 사교육의 열풍을 만들었고 한국의 산업화를 성공시켰다는데 추호의 의심도 없다. 또 학부모의 한사람으로서 학생의 재능과 무관하게 부모의 욕심대로 자녀의 미래를 끌고가려는 태도와 경쟁적 사교육 몰입이 자녀의 학교만족도를 낮추고, 공교육 붕괴의 원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내려놓지 못한다. 그래서 ‘죄수의 딜레마’ 논리처럼 공공의 개입이 필요하기도 하고 또 학부모의 진실한 참여 없이 성공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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