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대전문학관은 지난 14일부터 오는 10월 31일까지 ‘호서문학’ 소개전인 ‘여기와 거기, 기록의 결’을 개최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1952년 창간호를 발간한 후 올해 현재 59호를 발간하며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한국 최장수 종합 문학잡지 ‘호서문학’을 조명하기 위한 기획전이다.

호서문학회는 충북 제천에 있는 의림지 서쪽에 분포하는 호서지방, 즉 충청도를 배경으로 창립된 현존하는 한국 최고의 최장수 문학회다. 이제까지 호서문학회는 정훈 시인을 비롯해 한성기·박용래·권선근 등 몇몇 작가들이 1951년 11월 5일 대전극장 뒤 희망다방에 모여 발기인대회를 갖고, 11일 미국 공보원 강당에 50여 명의 회원이 모여 창립행사를 개최하고 정훈 시인을 초대 회장으로 선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해방 후 대전에서 최초로 설립한 사립대학인 호서민중대학 설립자인 정훈 시인이 호서민중대학 개교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949년 발간한 교지 ‘호서학보(湖西學報)’ 창간호에 게재된 호서문학회 광고에 의하면, 호서문학회는 기존에 알려졌던 1951년 11월 5일 처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한국전쟁 이전인 1949년경 정훈·한성기·박용래·권선근 등이 이미 호서문학회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호서문학회는 한국전쟁이 한창 진행 중이던 1952년 9월 1일 회원들의 작품을 모아 종합문학잡지인 ‘호서문학’ 창간호를 발간했다. 4·6배판 크기(188×257㎜)에 30쪽 분량으로, 시·콩트·소설 등 20여 편의 작품을 실었다.

대전에는 ‘호서문학’이 출간되기 전, 향토시가회에서 발간한 충청권 최초의 문학잡지인 ‘향토’가 있었고, 동백시회에서 만든 충청권 최초의 순수 시문학지 ‘동백’이 있었지만 경비 문제, 사상적 갈등 문제 등으로 인해 종간된 상태였다.

해방 직후 1945년 10월 발간된 ‘향토’는 민족정서를 계발하고 문화운동을 일으키자는 취지에서 시작했고, ‘동백’은 본격적인 문학의 장을 만들고자 1946년 2월 창간됐는데 두 잡지에 참여했던 핵심 인물들이 ‘호서문학’ 창간에 앞장섰다.

2015년 2월 3일 현재 호서문학은 회원이 153명(시인 92명, 수필가 31명, 아동문학가 12명, 소설가 7명, 평론가 9명, 희곡작가 2명)에 달한다. 호서문학회에서는 반년간지 ‘호서문학’ 발간, 호서문학상 시상, 신인 작가와 작고 문인 발굴, 작고 동인 대표작 순례, 예술 산책, 월북-납북문인 연구, 작가 탐구, 외국문학 번역 소개, 한국문학 번역 소개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 대전문학 발전에 많이 기여하고 있다.

호서문학회 발전에 남달리 크게 기여해 이제까지 호서문학상을 받은 문인들은 박희선·김대현·김영배·신정식·구상회·최송석·김용재·김수남·이진우·강돈묵·주근옥·정상순·홍순갑·신길우·장덕천·김영훈·이면우·송영숙·김미영 등이다.

대전 문학계는 ‘호서학보’ 발굴로 인해 호서문학회의 역사는 물론 대전 문학사와 한국 문학사를 새로 재정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

호서문학회(회장 송영숙)는 2017년 하반기 호서문학 60집 특집을 발간 예정으로, 이번 특집판에는 호서학보에 게재된 내용은 물론 호서문학회 역사에 대해 다시 조명하는 내용을 실을 계획이라고 한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