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에서 산의 형세와 물의 형세를 판별하고 산과 물이 음양(陰陽)으로 배합해 하나의 터전을 마련, 길흉을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산이 바람을 막아주고 물이 그 앞을 흘러가는 곳에 명당(터)가 형성된다. 이에 대한 논의를 음양오행(陰陽五行)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풍수의 지세(地勢)를 살핌에 있어서 본인을 중심으로 혈처(穴處)를 정하고 사신사(四神砂)를 파악해야 한다. 사신사는 혈을 둘러싼 사방위의 산을 말한다. 좌측을 청룡(靑龍), 우측은 백호(白虎), 앞쪽을 주작(朱雀), 뒤쪽을 현무(玄武)로 삼는다. 청룡은 여성을 상징하며 글을 쓰는 문인(文人)을 의미한다. 꿈틀거리며 명당을 돌아들 듯 감싸 안아야 한다. 백호는 남성을 상징하며 강력한 힘을 갖는 무인(武人)을 뜻한다. 마치 호랑이가 걸터앉아 서로 영접하듯 해야 한다. 주작은 넓은 들과 함께 아름다움과 평화로움을 뜻한다. 맑고 밝으며 명랑한 모습으로 춤을 추듯 부드러운 산세여야 한다. 현무는 혈처로 내려오는 주산(主山)이 되며 위엄이 있어야 한다.

풍수지리와 음양오행과의 관계도 이해해야 한다. 오행은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로 이뤄지고 방향성과 색상으로 특징이 구분된다. 목은 동쪽과 청색, 화는 남쪽과 붉은색, 토는 중앙과 노란색, 금은 서쪽과 흰색, 수는 북쪽과 검은색을 상징한다. 또 5방위와 색상에 대해 상징적 동물을 가미한다. 동쪽은 용 가운데 청룡을, 남쪽은 공작 가운데 붉은 주작을, 서쪽은 하얀 호랑이인 백호, 북쪽은 검은 거북이인 현무가 된다. 가운데 방위인 토는 사람 가운데 가장 으뜸인 황제를 지칭한다. 이때 주산을 어디에 잡느냐에 따라 사신사의 위치와 역할이 달라진다. 이는 조선 초 한양 궁터의 풍수 논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도전은 주산의 위치에 북악산을 중심으로 주위의 산을 사신사로 해석했으나 무학대사는 주산의 위치를 인왕산을 중심으로 파악했다. 결국 같은 지역의 풍수적 명당의 터전을 달리 해석하게 되는 혼선이 일어났다. 이처럼 사신사를 통한 풍수 논의는 음양오행의 자연법칙을 자기중심적 관점에서 해석함으로 주위 산세 파악을 자의적으로 길흉을 판단했다. 또 완벽한 사신사를 갖춘 명당을 찾기 힘들뿐만 아니라 보는 관점에 따라 명당과 혈처를 달리 보게 되며 복잡한 술법과 함께 혼동에 빠지기도 한다. 따라서 풍수의 기본인 음양오행설에 의한 상생과 균형의 논리에서 자연의 이치로 해석하기보다는 제왕, 혹은 자기중심적이며 중앙집권적 권위로 땅의 길흉을 판단해 땅의 좋고 나쁨을 흑백논리로 전개하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 자연인 땅의 기운을 판단할 때 단순히 명당이나 흉당으로 해석하기보다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기여할 수 있는 음양오행의 올바른 이해로서 해석해야 한다. 결국 현대의 풍수에서는 좋은 땅, 나쁜 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땅이 우리 시대에 맞게 사용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고 그 땅을 사용함에 자연에 순응하고 자연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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