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꿀 '스티커 씨앗' 세계 곳곳에 퍼뜨리다

농부가 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꿨던 한 소년이 있다. 소년이 간직했던 꿈의 씨앗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물정보관리센터 연구원을 거쳐 생명정보 연구개발서비스 기업의 대표로 발아(發芽)했다. 연구에 매진해 세계 최초로 ‘스티커 씨앗’이란 제품을 개발한 ㈜오믹시스 우태하(45) 대표와 직원들은 초심을 잊지 않은 채 많은 시민들에게 희망을 심는 농부가 돼 더 나은 미래를 경작하고 있다.

#. 농부 꿈꿨던 소년, 국가생물정보 관리하는 연구원 되다

경북 산골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낸 우 대표의 어린 시절 꿈은 남들과는 좀 달랐다. 그 시절 누구나 꿈꿨을 법한 ‘대통령’이나 ‘변호사’, ‘판사’ 같은 꿈만으로 흔한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의 꿈은 ‘농부’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부산으로 이사를 온 우 대표의 꿈은 여전히 식물을 심고 일구는 것이었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또래 도시 친구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고 한다. “무엇인가를 심고 키우는 걸 좋아했습니다”라고 말하는 우 대표에게 식물이 싹을 틔우고 자라나는 과정은 경이로운 무엇처럼도 보였을 법했다.

소박했기에 특이했던 유년의 경험은 미래를 위한 튼실한 밑바탕이 됐다. 우 대표는 대학에서 농생물학과를 전공했다. 어린 시절 간직했던 ‘농부’란 꿈의 씨앗은 그가 대학시절 식물과 관련한 공부를 하게 되는 떡잎으로 자라났다. 그가 식물에 가진 관심은 남달랐다. 우 대표는 “식물의 병리에 대해 공부하며 전국의 산과 들에서 병든 식물을 찾아다녔습니다”라며 자신의 대학 생활을 떠올렸다.

누구나 고심했을 취업의 문턱에서 우 대표는 농업진흥청을 목표로 했다. 농생물학과를 나왔기에 어쩌면 당연한 목표였다. 정해져 있던 듯한 꿈의 궤적은 새로움에 관한 ‘호기심’으로 인해 변경됐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물정보관리센터에서 ‘생물학을 하면서 전산이 가능한 사람’을 모집한다는 말에 흥미가 생겼다는 것이 우 대표의 설명이다. “인간의 게놈 정보를 만드는 것과 똑같은 개념이라고 해서 도전해 보고 싶었다”는 그의 말에서 새로운 분야로 도전을 택한 이유가 잘 드러났다.

지난 2000년 연구원 생활을 시작한 우 대표는 관련 분야의 일에 열심히 매진했다. 밤낮 따로 없는 생활이었지만 그는 즐겁게 일을 했다. “입사 후 2년 동안 대덕특구에 오면 밤을 새워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 기간 밤을 새우며 공부하는 경우가 태반이었지만 재밌게 했었죠. 당시 센터 인원 중에 농대가 저밖에 없었지만 농대의 경험이 이쪽 분야 일을 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 연구원에서 회사 대표로, 스티커 씨앗에 단 꿈의 날개

7년간의 연구원 생활을 한 우 대표는 지난 2008년 2월 연구원 내 바이오벤처센터 동료들과 함께 생명정보 연구개발서비스를 하는 ㈜오믹시스를 창업했다. 연구원이 사업을 한다는 데 대한 다른 이들의 걱정의 목소리도 있었다. “가족들도 걱정했지만, 특히 선배들이 엄청 반대를 했습니다. ‘사업은 아무나 하냐’는 걱정 섞인 목소리였지요. 창업금도 500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창업경진대회에 참가하며 시장조사와 사업화에 필요한 준비를 했고 수상을 하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전체적인 생명현상을 밝히기 위한 학문인 ‘오믹스(omics)’와 ‘시스템(system)’이 합성된 오믹시스란 이름처럼 우 대표와 ‘생물정보학’을 전공한 생명공학연구원 연구원 출신 직원들은 ‘생명정보를 다루는 곳’에 꿈과 열정을 담았다.

우 대표의 목표는 뚜렷했다. 생명정보는 연구과정에서 나오는 엄청난 정보들을 분석·정리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이를 IT(정보기술)에 접목하는 사업모델을 만들어 전진했다. 국립식물검역원 검역해충 DNA바코드 시스템을 구축한 것과 농촌진흥청 전 세계 식물바이러스 진단 프로브를 개발한 것이 바로 그랬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동물과 식물 등이 품고 있는 ‘생명정보’를 분석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특별한 제품을 완성해 내놓는다. 세계 최초로 알려진 ‘스티커 씨앗’은 바로 그런 노력의 결과물이다.

“채소와 화훼종자는 눈으로 확인이 어려울 정도로 크기가 작은 경우가 많고 그런 이유로 유전자 분석을 할 수 있는 DNA 샘플의 양이 현저히 부족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직접 파종 후 식물에서 DNA를 추출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식물을 키웠습니다. 하지만 식물 키우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고 이런 과정에서 ‘어디서든 쉽게 식물을 키울 수 있는 기술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바로 스티커 씨앗’이었습니다,”

종자를 특수 가공 처리해 패키징한 스티커 씨앗에 대해 우 대표가 갖는 자부심은 대단해 보였다. “스티커 씨앗은 일반 파종보다 재배 시 30%에서 50% 이상 빠르게 발아됩니다. 스티커 씨앗을 떼어 내 흙 표면에 놓고 물만 뿌리면 되기 때문에 편리함이 큽니다.”

우 대표는 스티커 씨앗에 꿈의 날개를 단다. 갖는 기대감이 컸다. “종자는 한 번 구매할 경우 1000개 이상 대량 포장된 경우가 많습니다. 또 보통 종자의 유통기한은 2년 정도에 불과해 일반인들이 씨앗을 다 사용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종자가 낭비되는 경우가 많아요. 또 파프리카 씨앗 등은 가격이 비싸 일반인이 구매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스티커 씨앗은 소량의 씨앗이 들어가 있어요. 소량으로 고부가가치를 내는 겁니다.”

#. 모두가 잘 먹고 잘사는 꿈, 식량 부족한 아프리카 등에 희망 줬으면

스티커에 담긴 씨앗은 될성부른 떡잎, 나아가 튼튼한 줄기로 자라난다. 우 대표의 꿈도 그 줄기 속에 담겨 있는 듯 보인다. 그는 ㈜오믹시스의 목표에 대해 ‘잘 먹고 잘사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우 대표는 “직원들이 월급을 받으면서 웃는 것이 좋습니다. 직원들이 꾸준하게 직장생활하면서 장수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힌다.

우 대표의 ㈜오믹시스 연구 직원은 남녀 비율이 비슷하다. 그는 경력이 단절되는 여성연구원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며 여성연구원의 경력이 단절되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성 연구원은 직장생활을 오래 못합니다. 결혼하면 출산 때문에 복귀도 어렵고 다른 인력이 계속 충원되는 상황에서 경력단절이 다반사죠. 이들의 경력이 끊기지 않기 위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탄력근무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1년에 2번, 방학 때도 20일 휴가를 주고 있습니다.”

모두가 풍족할 수 있다는 바람. 우 대표의 꿈은 비단 회사와 회사 직원들이 성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구촌의 어려운 이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아프리카 등은 현재 식량난이 심각합니다. 스티커 씨앗을 통해 유엔이나 해외구호 물품으로 판로를 만들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일부 부락은 못 먹어서 영양실조가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채소 등이 부족해요. 씨앗을 10개만 줘도 충분히 비타민을 보충할 수 있습니다. 스티커 씨앗이 희망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인류애적 바람이 꼭 관철되기를 응원해 본다. 글=곽진성 기자 사진=전우용 기자

 

㈜오믹시스(http://www.omicsis.co.kr/)는.

생명 정보 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생명공학전문기업으로 유전체 분석 기술을 이용, 의학 농학 분야의 다양한 생명자원을 활용한 기술과 제품을 개발 중인 대전시 선정 유망중소기업이다. 생명정보기술과 종자가공기술의 접목을 통해 종자산업 분야의 신기술과 신제품을 개발하고 제조해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달려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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