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만큼 중요한 게 보존이다. 구석기시대를 거쳐 백제를 꽃피우고, 충청감영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공주는 역사문화의 보고다. 옛 역사문화의 보존 없이는 역사문화 관광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잃게 된다.

영국의 역사학자 카(E. H. Carr)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과거를 이해하고 만남으로써 보다 나은 내일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간 우리는 옛것을 찾고 보존하는 일에 소홀했다. 특히 뼈아픈 역사인 근대문화에 대한 보존과 관리는 기대 이하였다. 공주 중동의 제일은행 건물, 충청도 잠종장, 충남도립 공주의원, 영명중 구 건물, 영명여학당 건물, 공주여자사범대 건물, 공주금융조합(엽연초생산조합) 등 소중한 근대문화 유산들이 경제논리와 개발논리에 밀려 사라져 갔다.

이제부터라도 몇 남지 않은 근대문화 유산들을 잘 보존하고 관리해 공주의 정체성을 세우는 일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그럼 점에서 제2금강교 건설은 등록문화재 제232호인 금강철교(금강교)를 보존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반색할 일이다.

공주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지난 1일 고마 컨벤션홀에서 제2금강교 건설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신관동과 금성동을 연결하는 폭 18미터에 연장 600미터의 교량이 현 금강교 바로 옆에 2021년 1말 준공 예정이다.

모두 480억 원을 투입해 내년 12월 첫 삽을 뜨는 제2금강교는 공주시민들의 교통편의 증진은 물론 세계유산인 공산성과 송산리고분군을 찾는 관광객들의 교통접근성과 산성전통시장과 교육기관 등이 밀집한 공주 강남 구도심으로의 접근성을 높이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백제왕도의 특성을 살려 디자인될 제2금강교는 기존 금강교와 닮은 ‘쌍둥이 다리’로, 고도(古都) 공주의 상징이자, 금강의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손꼽히는 금강교 보존 및 활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필자는 기회 있을 때마다 노후한 금강교의 안전성 문제를 지적하며 시민안전과 새로운 관광 명소화를 위해 칠곡 왜관철교, 인천의 소래철교, 장항선 보령철교 등과 같이 차량통행을 전면 제한하고 친환경 인도교(人道橋)로의 활용을 꾸준히 제기해 시민적 공감을 얻어왔다.

더구나 금강교는 세계유산인 공산성 옆을 가로지르며 해마다 열리는 백제문화제 기간 중 루미나리에, 유등축제, 빛축제 등과 어우러져 공주의 명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일제강점기인 지난 1933년 준공된 금강교는 당시 한강 이남에서 가장 긴 다리였으며, 철교 대부분이 철도교(鐵道橋)로 건설된데 반해 도로교(道路橋)로 건설돼 그 예가 드물다는 점, 트러스 구조의 상현재를 곡현 아치 형태로 굽힌 디자인은 당시 교량 건설사의 새로운 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난 84년간 공주시민과 애환을 함께 하며 근현대사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가꿔야할 문화유산이다.

지난 1905년 준공된 철골콘크리트 구조의 칠곡 왜관철교는 금강교와 마찬가지로 6·25전쟁 때 폭파된 뒤 1953년 목교(木橋)로 재 가설돼 인도교로만 활용되고 있고, 8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보령철교도 친환경 인도교로 거듭나 지역의 명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 다른 금강교 건설 필요성을 20년 이상 한목소리로 외쳤던 시민들, 도시계획도로라는 이유를 들어 지원을 사실상 거부해온 정부를 설득하기까지 공직자들의 논리개발과 지역 정치인들의 갖은 노력 모두 공주발전 신기원 마련의 수훈갑이다.

이제까지가 숙원해결을 위해 힘을 모았다면 이제부터는 금강철교의 보존과 활용방안을 놓고 고민해야 할 때다. 백제고도 공주의 상징이자, 금강의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손꼽히는 금강철교를 문화관광자원으로 어떻게 보존하고 활용할 것인지가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다.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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