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암 행정학 박사

당신은 과정과 결과 중 어느 것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가? 참으로 어려운 질문이지만 결국엔 자신의 신념이 결정할 문제다. 한데, 힘을 가진 누군가가 자신의 신념을 내세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결정을 내린다면 어떻게 될까? 그 신념과 반대의 신념을 가진 사람과의 대립이 있겠지만 결국 힘을 가진 자가 상황을 지배하게 된다.

과정(過程)은 해야 할 일이나 상태를 추진해 나가는 경로, 결과(結果)는 이뤄진 일이나 상태를 일컫는다. 그렇다면 과정 없는 결과는 없고, 결과는 반드시 과정의 도움을 받아야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래서 과정은 결과에게 이렇게 말한다.

“결과가 아무리 찬란해도 과정이 떳떳하지 못했으면 박수를 받을 자격이 없다. 인생은 축적의 미학, 축적이 축적을 도와 성공으로 이끌고, 과정이 과정을 도와 아름다운 결과를 내는 법. 그럼으로 찬란한 성공과 결과는 성실한 축적과 과정을 담보로 해야 한다. 과정에 충실했던 사람은 결과가 좋지 않아도 축적된 힘으로 다음의 성공을 기약할 수 있다. 하지만 결과만을 바라보고 성실한 과정을 뛰어넘은 사람의 실패는 그저 실패로 끝날 뿐이다.”

그러나 현실을 중요시하는 결과는 과정에게 이렇게 반박한다.

“지나치게 과정에 얽매이게 되면 실기(失期)를 할 우려가 있다. 과정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그럴듯한 논리를 내세워 결과를 무시하지만 이는 자신의 합리화에 불과할 뿐 잘못 나타나는 현상(결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비겁함이 묻어있다. ‘되면 좋고 안 되면 그만’이라는 편리주의적 성향에 ‘최선’이라는 질문을 던지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 질문에 과정이 과연 ‘최선을 다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현대는 자본이 지배하는 시대이므로 시대의 변화에 따라 신념을 달리해야 한다. 글로벌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와 기업, 자신이 살아남으려면 지루한 과정을 붙들고 시간 낭비를 해서는 안 된다. 공식에 따른 과정을 반드시 지켜야만 수학 방정식을 푸는 것은 아니다.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 더욱 현명하지 않은가. 결과는 최선의 답이어야 한다. 물론 과정과 결과가 모두 좋다면야 금상첨화겠지만 ‘최고’, ‘최선’의 답을 위해서는 과정이 다소 아름답지 않더라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 과정보다는 결과가 더 중요하다.”

위와 같은 과정과 결과의 주장은 모두 그럴듯하다. 그러나 과정과 결과는 한결같을 수는 없다. 과정이 좋은데 결과가 안 좋고, 결과는 좋은데 과정이 안 좋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과정과 결과는 한 세트가 아니라 각각 독립된 신념일 수도 있다. 이런 경우 과정은 과정을 통해 만족하면 되고, 결과는 결과를 통해 만족하면 된다. 그러나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볼 때 과정에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는 당연히 좋아야 한다. 과정과 결과는 독립돼 있지만 결국에는 한 세트로 묶여 있다는 것이다.

과정과 결과를 공통분모로 보고 둘을 잘 조정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과정과 결과는 어쩔 수 없이 ‘선택’이라는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과정과 결과는 다 좋아야 하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그들은 윤리적인 측면에서의 신념을 확대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그럼으로 선택은 정확한 시기, 즉 때를 고려한 선택을 해야 한다. 과정이 중요한 때라고 판단되면 과정에 충실해야 하고, 결과가 중요하다는 신념이 확고하다면 불필요한 과정을 건너뛰고 최선의 결과를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과정이 중요하고, 조직이 정비돼 커뮤니케이션이 잘 된다면 좋은 결과를 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듯이 말이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