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말 도선대사의 풍수지리(風水地理)적 이론이 전개된 뒤 고려와 조선의 수도(首都)인 개성과 신도안, 한양이 풍수의 영향을 받아 도읍으로 형성됐다. 풍수의 주요 이론은 음양오행(陰陽五行) 사상을 기준으로 산세(山勢)와 수세(水勢)에 의한 음양(陰陽)과 태극의 균형을 가장 중요시한다. 조선 중기 이중환은 “산(山)의 모양은 반드시 수려한 돌로 산봉우리를 이루어야 하며 산도 아름답고 물(水) 또한 맑아야 한다. 또한 반드시 강과 바다가 서로 만나는 곳에 위치하여야 큰 힘이 있는데, 이와 같은 곳이 나라 안에 네 곳이 있다. 하나는 개성의 오관산이요, 또 하나는 한양의 삼각산, 다음은 진잠의 계룡산이요, 마지막은 문화의 구월산이다” 라고 해 사람이 살아가기 좋은 장소로서 산수(山水)를 높이 평가하며 도읍지를 거론하였다. 따라서 역대 주요 도읍(都邑)을 풍수지리(風水地理)적 관점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고려의 개성은 조산(祖山)인 오관산으로부터 주산(主山)인 송악산에 이르는 내룡(來龍)의 맥세(脈勢)는 실로 운선굴기(運線堀起)하면서도 그 형세가 웅건장대(雄健長大)하다. 명당인 개성의 내부는 북쪽으로 천마산, 송악산, 성거산, 국사봉 등이 명당을 감싸고 있다. 서쪽으로는 월출봉, 봉명산 등이, 남쪽으로는 용수산, 진봉산, 광덕산, 군장산 등으로 산세가 겹겹이 병풍처럼 둘러싸 오관산의 정기를 축적할 수 있는 지세를 갖춤으로 바람을 막아주는 전형적인 장풍국(贓風局)을 이루고 있다. 이는 당시 고려의 국력(國力)이나 취약한 왕권,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대비해야 할 대륙과 왜구들로부터의 침탈을 막기 위해서 매우 이상적인 방어형 지세(地勢)라 할 수 있다. 더구나 국토(國土)의 중앙부에 위치해 국가 통치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장풍국(贓風局)의 수도(首都)는 적극적으로 밖으로 뻗어 나아 갈 수 없고 소극적인 국가(國家) 경영책이 될 수밖에 없다.

도선대사는 오관산에 대해 수모본간(水母本幹), 즉 줄기는 목성(木星)이고, 모봉(母峰)은 수성(水星)>이라고 했다. 산세(山勢)가 극히 길고 멀고 크게 이어져 송악산이 돼 웅장한 기세는 넓고 크며 뜻은 크고 원만함은 포용할 만하다. 또 수세(水勢)에 대해선 동쪽에는 마전강이 흐르고 서쪽에는 후서강이 흐르며 승천포가 내수(內水) 역할을 한다. 교동, 강화의 두 큰 섬은 바다 가운데서 한 일(一)자와 같이 가로 뻗어 남쪽 바다를 막았고 한강 하류를 가둬 앞산 밖을 깊고 넓게 둘러쌌다. 오관산 좌우에는 골짜기가 많다. 서쪽에는 박연폭포, 동쪽에는 화담이 있는데 모든 샘물(水)과 폭포가 대단히 아름답다. 이처럼 송악은 산세와 수세를 고루 갖춘 명당 터의 요건을 가졌으나 산세에 의존하고 수세를 사용하지 않는 도시의 형태를 취하게 됨으로 음양의 불균형을 가져오게 된다. 도선비기에 의하면 고려의 도읍인 개성의 시대를 개국 후 200년 정도로 봤으며 그 후에는 지금 서울의 남산인 목멱산 아래로 도읍을 이전(移轉)함이 이롭다고 예언했으나 실행되지는 못했다. 입지의 정확한 지점은 알 수 없으나 현재의 용산공원 일대로 관측하는 것이 지배적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개성은 오관산과 송악산을 주산(主山)으로 분지 형태로서 만월대를 중심으로 풍수지리상 전형적인 장풍국(贓風局)을 이뤄 도읍(都邑)을 형성했다. 하지만 만월대는 개성의 중심이 아니라 북서쪽, 즉 건(建)방에 해당하는데 이는 24방위 중 가장 높은 자리를 가리키며 왕의 권위를 위해 왕궁을 지었다. 그런 연유로 한쪽으로 치우쳐 변방의 느낌을 주며 가장 중요한 산(山)과 물(水)이 태극(太極)의 불균형을 이룬다. 즉 산세에 치우친 도시가 이뤄졌다. 또 물(水)이 빠져나가는 수구(水口)가 명당 터를 휘감고 흐르지 못하고 일직선으로 길게 바로 빠져나가는 형국으로 기운을 모으기에 이롭지 못하다. 이를 풍수지리(風水地理)적 사고로 해석하면 산(山)의 지세에 치중함으로 인해 정치적, 군사적인 측면에서 도읍이 형성됐으나 경제적 측면인 물(水)의 이용에 적극적이지 못하거나 어려움이 따른 형국이다. 풍수에서 말하는 정치인 산세와 경제인 수세가 균형을 이루지 못함으로 번영하기 어려운 지세가 되어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개성은 풍수상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도읍으로 3대 길지(吉地) 중 하나로 가장 먼저 수도(首都)가 돼 고려의 400년 역사를 남긴 소중한 가치를 갖는다. 또 새로운 수도의 입지가 된다면 산세와 수세가 균형을 이루는 태극의 형상이 되어 무궁무진한 도시로 발전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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