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A 아파트의 경비원 감원이 주민들의 반발로 인해 무산됐지만 이후 일부 경비원이 해고된 것에 불만을 가진 입주민의 대자보. 입주민 제공

 

<속보>=최근 경비원 감원 문제로 잡음이 일었던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주민들의 반발로 경비원 수가 기존 30명으로 유지됐지만 경비원 정년 문제가 또 다른 갈등 요인으로 부각됐다. 입주자대표회의가 경비원 정년을 65세에서 63세로 낮추면서 숙련된 경비원들의 일자리는 또다시 위협받고 있다. <본보 6월 21일자 1면 등 보도 - "최저임금이 뭐라고…" 아파트 경비원, 끝나지 않은 겨울>

“정원 감축에 대한 투표 당일 기가 죽어 평소보다 더 열심히 일하시는 경비 아저씨들이 결과 공고를 붙이면서 정말 행복해했는데 투표 이후 사전 공고도 따로 없이 갑자기 열심히 일하시던 경비원분들이 다 사라졌습니다.”

경비원 인력 감축 문제로 홍역을 치른 대전 A아파트에서 최근 20명에 가까운 경비원이 교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력 감축에 따른 퇴출의 고비를 넘겼지만 정년 문제의 고비를 넘진 못했다.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최근 연간 약 3억 원의 경비 절감을 위해 기존 경비원 정원을 30명에서 16명으로 줄이기로 결정했다가 주민 투표 결과 반대 의견(78.3%)이 많아 무산됐다. 경비원 입장에서 감원에 대한 우려는 일단 접어둘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입주자대표회의가 경비원 감축과 함께 올해 초 경비원 정년을 65세에서 63세로 낮추면서 기존 경비원들이 속속 모습을 감추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65세까지 정년을 마치고 이후 촉탁하면 67세까지 근무할 수 있지만 정년 단축으로 지난 2월부터 15∼2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갑자기 정년이 줄면서 단 며칠 차이로 퇴직금도 못 받고 퇴직한 경비원도 있다.

지난 1일 자로 퇴직한 경비원 김 모 씨는 “2008년부터 10년간 일하면서 정들게 된 아파트를 떠나게 됐다. 정년이 단축되면서 많은 동료 경비원들이 5일, 보름 정도만 더 일하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었는데 그 기회조차 박탈당했다.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한 입주민은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경비원 수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해 그런 줄 알았는데 최근 경비원 일부가 일자리에서 쫓겨났다. 정원 감축이 아니라 정년 하향 조정 때문에 경비원들이 오랜 일자리를 잃고 있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입주자대표회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이뤄진 이 같은 일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년 단축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다.

새로 들어온 경비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 새롭게 A아파트 경비용역을 맡게 된 업체를 통해 들어온 경비원 B 씨는 “면접을 볼 때 정년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정년 단축으로 많은 경비원들이 퇴직을 했다니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비원 정년을 둘러싼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 아파트엔 관련 대자보도 붙었다. 의문의 일패를 당한 입주민들은 대자보를 통해 “주민의 뜻도 묻지 않고 해고를 결정해버린 동대표는 사과문 게시와 함께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주민의 의견 수렴이 안 된 결정은 동대표의 개인 의견일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아파트 관리소장은 “상대적으로 젊은 인력을 경비원으로 채용하기 위해 정년을 낮췄다. 정년 단축으로 퇴직한 인력에 대해선 새로운 경비용역업체가 재고용해 타 사업장으로 재배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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