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세종에서 분양일정을 예고했던 한 아파트가 내년 하반기로 분양을 미뤘다. 8·2부동산대책이 분양 성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2일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8·2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8·2부동산대책에 따라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된 세종은 주택유형이나 대출만기, 대출금액 등에 관계없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이 각각 40%로 강화됐다. LTV는 집값을 기준으로 매긴 대출한도 비율이고 DTI는 소득 등으로 상환액을 계산하고 이를 통해 대출한도를 정하는 비율을 말한다. 이미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사람은 LTV 등의 한도가 30%까지 제한되는 등 다양한 규제가 세종을 덮었다. 이 밖에 양도세 중과 등도 8·2부동산대책에 담겨 고강도 대책이라 평가된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자 이달 중 분양 일정을 확정했던 한 건설사는 내년 하반기로 분양 시점을 연기했다. 분양 관계자는 “내부 사정”이라고만 밝히고 있지만 8·2부동산대책이 분양 연기의 주된 이유로 작용했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8·2부동산대책으로 예비분양자가 여윳돈을 구하기 힘들어질 개연성이 커진 만큼 청약 성적도 좋지 않을 것이란 판단을 했을 것이란 거다. 높은 평균 청약경쟁률을 기록하기 위해선 일단 예비 분양자의 자금동원력이 전제돼야 하는데 8·2부동산대책으로 대출한도 자체가 크게 줄어 예비분양자의 관심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기저에 깔렸다.

자금력이 충분한 예비분양자를 겨냥해 분양 일정을 밀어붙일 수도 있지만 실수요자가 아닐 확률이 높아 계약까지 이어지진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계약 완판에 실패해 미분양 물량이 시장에 나올 경우 ‘주홍글씨’가 찍혀 이후 같은 지역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분양 성적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를 신호탄으로 세종지역 아파트 분양 일정은 줄줄이 연기될 개연성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이번 8·2부동산대책을 통해 내달 중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개정하고 청약 제도 역시 손보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는 등 변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해당 규제 적용에 앞서 분양 일정을 당기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예비분양자의 관망세가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건설사는 시장 상황을 충분히 살핀 뒤 분양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하반기 중 분양 일정을 확정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우선 공식적으론 분양을 일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면서도 “다만 8·2부동산대책으로 분양 일정을 다시 잡아야 한다는 내부적인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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