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날씨에 '발길 뜸' 채소 값 올라 '숨이 턱'

▲ 푹푹 찌는 날씨 탓인지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 한산해진 대전 중앙시장 풍경. /이승혁 수습기자

 

“대형마트보다 우리가 저렴하고 신선한데 이걸 사람들이 몰라.”

불볕더위가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는 요즘 대전 중앙시장 거리는 한산하다. 시장 상인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힘겨운 여름 보릿고개를 넘어가고 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흘러내리는 땀방울에 기진맥진이지만 발길 뚝 끊긴 시장의 한산함이 이들에겐 더 괴롭다. 채소가게들이 특히 그렇다. 이따금 손님이 찾아오지만 값을 얘기하면 슬그머니 채소를 내려놓고 고민하다 발길을 돌린다. 무더위에 지친 채소들도 점점 생기를 잃어간다.

입추의 문턱을 넘은 8일 오전 11시 대전 중앙시장. 시장 한복판에 자리 잡은 채소가게에선 늦은 아침인지 모를 끼니가 한창이다. 주인장은 반찬 하나 없이 물에 밥을 말아 게눈 감추듯 식사를 끝내고 팔아야 할 채소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가뭄, 폭염, 장마 등의 여파로 발길을 끊은 손님이 야속하고 덩달아 몸값이 크게 오른 채소도 야속하다.

채소가게 사장 이 모(56) 씨는 연신 한숨을 내쉬며 “채소가격이 너무 올라 우리도 부담스러울 지경”이라며 “감자 같은 건 상관없지만 상추, 열무는 그날 사서 팔지 못하면 다 버려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뜨거운 낮에는 사람보기도 힘들다. 시원한 대형마트를 찾지 시장에 오겠느냐”고 한탄했다.

손님들의 속도 타들어 간다.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채소를 구입하려는 건 소비자 입장에서 인지상정. 그러나 발품을 팔아도 예년에 비해 턱없이 오른 채소 값에 결국 발길을 돌리고 만다.

요즘 오이와 시금치, 배추와 같은 신선채소 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 채소가게를 찾은 주부 윤현정(58) 씨는 “채소 값이 금값”이라며 “열무 사러 나왔는데 무슨 열무가 4㎏에 2만 원이나 한다”고 허탈해 했다.

채소가 들어가야 비로소 완성되는 김밥집 사정도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장사도 안 되는데 원재료 값까지 올라 김밥집 사장님은 이중고 삼중고에 시달린다. ‘섭이네 김밥’집을 운영하는 차현(55) 씨는 “날씨 탓에 채소 값이 오른 건 어쩔 수 없는데 너무 많이 올랐다. 그렇다고 양을 줄이거나 값을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매출도 줄고 손에 쥘 수 있는 이윤은 더 줄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구범림 중앙시장 활성화구역 상인회 연합회장은 “날씨가 더워 사람들이 인터넷 쇼핑, 홈쇼핑을 주로 이용하면서 밖에 나오지 않아 걱정”이라며 “대형마트가 저렴한 건 채소를 냉장고에 넣어 놓고 오래 보관하기 때문이다. 결국 냉장고에서 꺼내면 금방 상하고 만다. 반면 전통시장은 냉장고에 넣지 않았기 때문에 신선도는 떨어져도 오래간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채소들은 여름에 비가 많이 와 성장이 떨어져 어쩔 수 없고 지금이 제일 비쌀 때다. 그러나 여름이 끝나면 대형마트 보다 20~30% 정도 저렴하다”며 전통시장 보릿고개의 안타까움을 항변했다.

이승혁 수습기자 lsh76@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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