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대천안병원이 간호사가 임의처방하고, 행정직이 의료행위를 했다고 한 언론사가 보도함에 따라 해당 순천향병원뿐만 아니라 전국 모든 병원이 ‘필요한 경우 간호사가 판단해서 투여하라고 의사가 미리 처방해 두는 방법인 소위 PRN(PRO RE NATA·진통제, 해열제, 수면제 등 필요시 투약하는 약품) 처방의 문제점을 찾아 대비하느라고 바쁘다.

처방란(欄)에는 ‘PRN’이라는 항목이 있다. 정규의 규칙적인 오더는 아니지만 필요에 따라서 약속된 상황이 발생하면 추가적으로 수행하라는 지시인데,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필요 상황이 발생하면 보고를 받고 지시를 하기가 귀찮으니까 아예 정규 오더처럼 처방란에 올리는 것이다.

‘열이 나면 해열제를 투여하라’고 하거나, ‘수혈 후 가려움증이 발생하면 항히스타민제를 주사하라’는 내용들이 그런 것인데, 아무런 조건 없이 용량도 명시하지 않고 진통제와 항히스타민제를 적어 놓고는 PRN이라고 기록한다. 그야말로 알아서 해결하라는 무책임한 태도의 단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껏 이러한 관행이 자연스럽게 시행해 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간호사들은 개별 환자의 상태에 익숙하고 주치의의 의도를 잘 아니까 언제 시행하라는 의미인지 정황상 잘 알고 있지만, 대개 사고는 예기치 않은 일상의 조건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PRN 제도는 잠재적 의료사고의 모습일 수 있다.

특히 2, 3월은 수련의, 전공의 모두 경험이 부족한 시기라서 약제들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인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PRN과 같은 다소 모호한 처방이 난무하게 되는데 그래서인지 유독 그 시기가 불안한 시기라 병원 측은 긴장한다.

비단 PRN 오더뿐 아니라 정규 오더의 경우에도 전공의 의무기록에서는 전혀 상황에 대한 언급이 없으면서 처방 오더가 들어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처방에는 무엇을 주라, 어떤 검사를 하라고 지시돼 있는데 왜 투약이 돼야 하고, 왜 검사가 시행돼야 하는지 전혀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표준 의료서비스 심사를 거친 의료기관에 발급되는 인증’인 JCI(Joint Commission Internation·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는 정규 오더뿐 아니라 PRN 오더에서도 오더가 발생한 상황을 명확히 규정하고 어떠한 상황에서 주라는 것인지를 정확하게 기록하게 한다. 덧붙여 용량의 정확성을 기하라고 주문한다.

의료사고가 나서 모든 오더 상황을 검토하다 보면 왜 이 상황에서 이런 오더가 났을까 하고 의아한 경우가 있다. 도무지 기록이 없는 경우가 이전의 우리나라 병원들의 아주 보편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환자와 보호자만 답답한 것이 아니라 그런 상황에서는 의료진도 답답하다. 이런 점을 보더라도 의사의 오더는 반드시 전후가 맞아야 한다는 것은 중요한 원칙인 것이다. 통증 점수가 4 이상인 경우 무슨 약을 얼마의 용량으로 투여하라는 전공의의 PRN 처방 오더를 보면 안전한 병원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또 구두처방(verbal order)은 보통 전화로 처방하기 때문에 phone order라고도 한다.

주로 투약과 검사가 해당되는데 아침시간 회진을 돌고 나면 사항들을 실행에 빨리 옮기기 위해 컴퓨터에 앉아서 차분히 정리해야 하는데 마음이 급하다보니 간호사에게 전화로 이것 저것 주문한다.

그러나 응급상황을 제외하고는 구두처방은 금지하고 있다.

왜냐하면 구두처방은 오더가 불분명해서 의료사고로 직결 될 수 있다.

그래서 ‘near miss’(아차 사고)라는 말이 나온다.

시행 직전에 문제점을 발견해서 자칫하면 구두처방을 지시한 전문의와 간호사가 모두 익숙지 않은 상황에서 대형사고로 이어 질수도 있다.

주사약의 용량단위 하나만 잘못돼도 끔찍한 사고로 이어진다.

순천향병원 박상흠( 부원장이 “이번 기회에 진료환경개선위원회를 신설해 문제점을 모두 개선하겠다”며 “그동안의 직원들의 고충도 해결하겠다”고 설명한 것은 병원으로서는 비장한 각오로 받아들여진다.

왜냐하면 “병원은 톱니바퀴 돌아가듯 빠듯하게 운영되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점을 몰라서 해결 못한 것이 아니고 다른 병원과 경쟁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바쁘게 일하는 것이 관행이라서 이것을 뜯어 고치겠다는 각오는 대단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천안=김완주 기자 pilla2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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