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구에 거주하는 A(37) 씨는 혼술(혼자서 술 마시기)을 즐긴다. 열대야가 극성을 부린 최근엔 달빛을 친구삼아 술을 즐기다보니 어느새 베란다 한편이 ‘녹색병’으로 가득 찼다. 과거에는 ‘이만큼 추억이 쌓였구나’라고 위안하며 쓰레기 버리듯 내놨을 테지만 빈병보증금이 올랐다는 소리에 비닐봉지에 양손 가득 빈병을 담아 근처 소매점을 찾았다. 그러나 A 씨가 느낀 감정은 실망이었다. 집 근처 소매점 한 곳에선 ‘우리는 빈병을 받지 않는다’는 답을, 다른 한 곳에선 ‘지금은 보관할 곳이 없으니 다음에 다시 와 달라’는 대답을 들었기 때문이다. 무거운 짐으로 전락해 버린 술병을 갖고 돌아갈 수 없었던 A 씨는 결국 공병수거함에 두고 오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빈병 소비자 반환율을 높이기 위해 올 1월 1일부터 빈병보증금이 인상됐다. 23년 만의 일로 소주병은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으로 인상됐다. 빈병보증금 인상의 효과로 빈병 소비자 반환율은 급증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5년 연평균 24%에 불과하던 빈병 소비자 반환율은 올 5월 기준 54.4%까지 증가했다.

문제는 여전히 일부 소매점에선 일손 부족, 보관 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보증금 반환을 기피하는 경우가 있어 소비자 불만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 따르면 대전의 빈병 소비자 반환율은 올 1월 9.5%에서 5월 34.7%로 증가했다. 그러나 인근 지역인 충남(44.4%·5월 기준)과 충북(48.2%)보다 낮은 수준이다.

소매점의 보증금 반환 기피는 엄연한 불법이지만 일부 소매점의 불법이 빈병회수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현행법상 보증금 반환을 거부할 경우 위반횟수와 영업장 면적 등에 따라 최소 10만 원에서 최대 300만 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보관공간 부족 등으로 30병을 초과해 반환할 경우 거부할 수 있으나 영수증 등을 통해 해당 사업장에서 구입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수량과 관계없이 반환받아야 한다.

환경부는 소비자의 빈병 반환 편의를 높이고 소매점의 어려운 점을 해소하기 위해 무인회수기 보급을 늘리는 등 다각적인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원태 환경부 자원재활용과장은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에 중요한 요소인 소매점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기 위해 소매점의 어려운 점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며 “소비자도 빈병에 이물질을 넣거나 훼손하지 않고 가능하면 구매한 소매점에 반환하는 것이 빈병 재사용 횟수를 늘려서 환경보전에 동참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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