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 꿈꾸지만 현실은 '막막'

# 공무원 생활을 하다 퇴직한 김 모(62) 씨는 올해 대전인생이모작지원센터 재설계, 직업능력개발교육을 수강했다. 그는 지원서를 제출하며 깜짝놀랐다. 3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등 은퇴자의 지원율이 생각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최근 베이비 부머의 은퇴와 맞물리면서 중장년층의 인생 2막 설계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지원 인프라는 부족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향후 이 같은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어서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2025년 50~60대 인구 비중이 31.5%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1500만 명에 이르는 인구가 경제활동을 안 하게 된면 경제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대전도 마찬가지다. 올해 대전 인구 중 50~60대의 비중은 25%, 37만 명에 이른다. 이들 중 상당 수는 생계 등을 위한 재취업이나 사회공헌활동 등을 희망하고 있지만 지자체 차원의 지원은 미약한 수준이다.

대전시가 중장년층 인생 2막을 지원하는 인프라는 2015년 시작한 인생이모작지원센터가 유일하다. 배재대 산학협력단이 시로부터 수탁해 운영하는 센터는 베이비 부머의 은퇴, 100세 시대 이슈와 맞물려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서 지난해 600여 명의 수강생을 받았다.

김진엽 대전인생이모작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수강생 모집을 하면 전 과정이 꽉 들어찬다. 3대 1의 경쟁을 보인 과정도 있었다”며 “정원에 한계가 있어 나머지 분들을 면접을 통해 떨어뜨렸다”고 아쉬워했다.

문제는 37만 명을 감당해야 할 센터의 교육과정 정원이 비 정기 강의 포함 600명 정도라는 것이다. 김 사무국장은 “센터는 5명의 담당자들이 연간 4억 원의 예산을 운용한다. 수요가 많아 더 많은 과정, 더 많은 수강생을 받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는 1340만 명에 달하는 50·60대를 '신중년'으로 규정하고 이들의 전방위적인 재취업·귀농 등을 골자로 하는 정책방향을 발표했는데 이 같은 정책 방향과 맞물려 관련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지만 지자체 차원에선 뾰족한 지원 확대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시의 지원 체계에도 한계점이 노출된다. 대전시의 인생이모작지원센터 업무를 경제정책이 아닌 노인보육 관련 부서가 담당하고 있다. 문제의 시급성과 심각성을 고려하면 전담부서를 신설하거나 경제정책을 총괄할 수 있는 부서가 맡아 적극적인 지원대책을 추진하는 게 맞지만 시도 아직까진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에 손을 못 대고 있다.

임은혁 수습기자 silver@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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