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슈 브리핑’은 한 주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이슈들을 모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슈는 무엇인지, 그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이 펼쳐집니다.

 

<8월 2주차 브리핑>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1일 오후 과천 정부과천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나서고 있다. 과학기술계와 정치권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아온 박기영 본부장은 퇴근 이후 자진 사퇴했다. 연합뉴스

“이니 하고 싶은 거.... 아니 실망이야” 상처 남긴 박기영 낙마사태

- “이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전폭적이고도 열렬한 지지를 보내온 지지자들이 일순간 차갑게 돌아서는 사태가 발생했다. 차관급인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임명을 둘러싼 부적절 인사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 박 본부장을 둘러싼 사태는 처음 임명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후보자 또는 임명된 자에 대해 야당이 문제제기를 하며 사퇴 압박을 하고 여당과 지지자들은 이에 맞서 “문제 될 것 없다”며 적극 옹호해오던 것이 일종의 패턴이었으나, 박 본부장은 야당과 여권 일부 등 정치권은 물론이고 정부 출연 연구기관, 연구단체 등 과학계 전반과 교수단체, 문재인정부 지지자들까지 한목소리로 반대하는 희한한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 박 본부장은 지난 2005년 황우석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 당시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으로 재직하며 연구 윤리와 연구비 관리 문제에 연루됐던 전력이 문제가 됐다. 황우석 교수의 논문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려 무임승차하려 했고, 황 교수의 몰락 이후 어떠한 반성과 사과도 하지 않았으며, 순천대 교수로 재임한 지난 25년 동안 주저자로 저술한 논문이 단 한 편도 없는 등 실력으로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많은 사람에게 22조 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막대한 자리를 맡기는 것이 가당키나 하냐는 문제제기였다.

-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여론의 동향이었다. 친문재인 성향이 강한 오늘의 유머, 루리웹, MLB파크, 클리앙, 딴지일보 등 대부분의 진보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격렬한 반대 여론이 터져나왔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그간 3번의 낙마사태에서 보여줬던 “대통령을 믿고 지켜보자”는 반응과는 사뭇 달랐다. 오늘의 유머에 지난 9일 올라온 ‘과학인 229명 “박기영은 악몽” 인사 철회 요구’ 제목의 게시글에는 140건의 추천과 100여 건의 댓글이 쏟아지는 등 이번 인사에 대한 반대가 많은 공감을 얻었다. 네티즌들은 “강경화 장관이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관련 조직의 전직 장관과 현직 직원, 학계의 동료 교수들이 그 자격을 보증해주었죠. 근데 박기영 씨는 과학계 전체가 반대를 하는 거를 보면 재고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친노는자긍심)”, “문재인 대통령도 사람 입니다. 완벽하지 않습니다. 요번 인사는 실수라 생각 합니다. 임명 철회 하세요 (greenmaker)”, “다시 한 번 재고해 주시길~ 다른데서 다 잘하시다가 왜? 과학계 이야기 꼭 들어주세요 (다게유명인)”, “연구윤리 자체를 그르친 사람이 과학계 관련 예산에 손을 댄다면 과학계에서 신뢰를 보여줄지 의문입니다 (JeanneLee)”, “5년간 어용지지자 선언했는데, 박기영은 반대합니다. 대체 누가, 무엇이 문통과 청와대 스텝들의 눈을 흐리게 했는지 이해하기 힘듭니다. (thx2)”, “문재인 대통령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지만 그래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선이 이런 지점(박기영)이라고 봅니다. (오소콘)” 등의 이유로 각각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 “일할 기회를 달라”며 사퇴를 거부해 온 박기영 본부장은 결국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임명 나흘 만에 자진 사퇴를 선언했다. 박 본부장은 11일 오후 6시 50분께 과기부를 통해 발표한 ‘사퇴의 글’에서 “국민에게 큰 실망과 지속적인 논란을 안겨 드려 정중하게 사과드린다”면서 “저의 사퇴가 과학기술계의 화합과 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밝혔다.

- 박 본부장의 자진사퇴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후유증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야당은 “청와대 인사시스템에 문제가 많다”며 인사참사, 인사 지뢰밭, 불통 이미지 씌우기에 적극 나서고 있고, “과보다 공을 봐달라”며 여론의 반대를 돌파하려던 청와대는 한순간에 체면을 구기게 됐으며, “이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며 무조건적 지지를 보여온 지지자들의 마음에도 ‘대통령의 편이 되어주지 못하고 대통령의 뜻을 꺾었다’는 심리적 불편함을 남기게 됐다.

- 그러나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결국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말이 통하는 정권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고, 지지자들도 ‘나라를 팔아도 지지한다’는 무조건적인 지지단체와 달리 “아닌 건 아니다”고 말할 수 있는 성숙한 모습과 도덕성 우월성을 보여줬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했던가. 문재인정부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욱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의 뜻을 경청하는 정부가 되어 주기를 모든 국민이 바라고 또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