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기한이 4일이나 지난 파우치 짜장이 진열대에 배치돼 있다.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임박한 식품을 먹는 것이 어제 오늘도 아닌데요 뭐. 얻어 먹는 주제에 무슨 할말이 있겠어요.”

이는 제천지역 푸드뱅크를 찾은 일부 저소득층들의 공통된 말이다.

‘푸드뱅크’와 ‘푸드마켓’은 식품제조 및 유통기업, 개인으로부터 생활에 필요한 용품 등을 기부 받아 저소득층 등에게 무료로 전달하는 제도다.

그러나 이들이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먹고 있는 등 식품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 유통기간 임박 물품이 대부분

제천시 등에 따르면 사회복지법인 제천시사회복지협의회에서 관리하는 푸드뱅크 및 푸드마켓은 제천시 서부동과 명동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제천지역을 비롯해 충북지역 및 전국 각지에서 무료로 지원받은 식용품들을 보관, 전달한다.

대상자는 기초수급자 및 탈락자, 차상위, 긴급지원대상자 등이다.

주요 물품은 두부, 탕수육 식재료(고추장, 된장, 소스류, 스팸) 등이 주를 이룬다.

협의회는 제천시로부터 대상자 명단을 받아 푸드뱅크는 한 달에 2번, 마켓은 한 달에 1번씩 2만~3만 원 상당의 물품을 무료로 전달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곳에 있는 일부 제품들의 유통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지난 물품이라는 것이다.

즉 며칠만 지나면 폐기돼야 될 식품이 진열대에 버젓이 배치돼 저소득층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

기초수급자 A 씨는 “협의회에서 물품을 준다고 해 뱅크를 찾았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물품은 주지 않고 생뚱맞은 자판기용 커피, 화장품 샘플을 줬다”며 서운함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고작 가져올 수 있는 것이 두부였는데 이 또한 유통기간이 1일 뿐이었다”고 말했다.

◆ 기초수급자들 ‘소외감’만 늘어

실제로 지난 9일 푸드뱅크를 찾아 물품을 확인한 결과 유통기한이 4일이나 지난 파우치 짜장이 진열대에 배치돼 있었다.

푸드뱅크 규정에 따르면 제과류나 음료 후원 시에는 최소 30일 이상 유통기한이 남아 있어야 한다.

또 햄이나 소시지 같은 경우는 최소 15일 이상, 제빵은 3일, 농산물인 두부는 최소한 5일 이상 남아있어야 된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기준들을 무시하고 식품을 전달하는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차상위 B 씨는 “식품 관리실태가 도를 넘어선 것 같다”며 “특히 기탁자가 준 물품이 유통기한이 지나 문제가 돼 자칫 사고가 발생될 경우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냐”고 지적했다.

그는 또 “물품을 받기 위해 몇 번 뱅크 및 마켓을 갔으나 이젠 연락이 와도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문제가 속출되자 사회복지협의회에 지원되는 보조금을 차라리 저소득층들에게 직접 주자는 의견도 나왔다.

제천시는 사회복지협의회(푸드뱅크 1억 500만 원, 푸드마켓 1억 원)에 총 2억 이상의 금액을 매년 보조금으로 주고 있다.

협의회는 금액을 운영비(인건비, 유류비 등) 등으로 쓰고 있다.

◆ 보조금 지급 등 대안 마련 시급

반면 협의회 측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항변하고 있다.

협의회 관계자는“물품을 받을 때 유통기한이 짧은 물품은 받지 않고 있다. 단일 품목인 두부 등은 곧바로 복지시설 등으로 전달해 소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해 유통기한이 지난 물품은 곧바로 폐기처분하라고 근무자들에게 누누이 공지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천시 또한 특별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자칫 기탁자의 심기를 건드려 식품지원이 끊길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시 관계자는 “저소득층들의 입맛에 맞게 후원을 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물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받아 가지 말아 달라고 당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협의회는 연간 8억 원의 식품 및 물품을 기부받아 소외된 이웃, 약 1500가구(푸드뱅크 900, 마켓 400, 8개 읍·면 370가구)에게 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제천시 푸드뱅크는 지난 1998년 9월 개설됐다.

제천=정봉길 기자 jbk@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