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경비원 감원과 정년단축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대전 A아파트에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이해할 수 없는 결정으로 경비원들이 대거 일자리를 잃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경비원 정년을 기존 65세에서 63세로 낮춰 이 연령을 넘어선 경비원들을 내보냈지만 새로 대체된 경비원들에겐 이 정년 규정을 적용하지 않아 일자리를 잃은 기존 경비원들만 속앓이를 하게 됐다. <본보 8월 8일자 1면 등 보도 - 그 아파트 경비원들, 결국 쫓겨났다지…>

대전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6월 20일과 27일 두 차례의 정기회의를 통해 경비원의 정년을 65세에서 63세로 줄였다. 더 젊은 경비원으로 아파트 경비업무를 운용한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최근 새롭게 아파트 경비용역을 맡게 된 B업체는 채용 당시의 나이를 63세 이하로만 정하고 따로 정년 규정은 두지 않았다. 용역 입찰 당시 입주자대표회의 측의 경비원 채용 조건(63세 이하)만 맞춘 거다. B업체 관계자는 “회사 취업 규칙에 의하면 경비원 정년은 없다. 해당 아파트와 채용조건을 63세 이하로만 맞췄기 때문에 정년의 경우에는 회사 규칙에 따라 정해진다”고 설명했다.

결국 오랜 시간 이 아파트에서 일해 온 숙련된 경비원들만 한창 더 일 할 수 있는 나이에 다른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상황을 맞은 거다.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재직기간에서 5일, 보름 정도 남겨두고 일자리를 잃은 경비원들의 경우 더 큰 억울함을 호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B업체는 퇴직한 경비원들이 다른 아파트에서 일할 수 있게 지원한다고 했지만 나이 지긋한 경비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은 언제나 낯설다. 오랜 시간 열정을 쏟아낸 아파트를 떠나야 한다는 마음도 편치 않다.

정년에 걸려 퇴직한 한 경비원은 “10여 년 동안 이 아파트에서 일하면서 정들었는데 이제 와서 다른 곳으로 가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일을 배우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자포자기한 상태다”라고 하소연했다.

경비원이 속속 바뀌면서 불편을 겪은 한 입주민은 기존 경비원을 다시 배치해달라고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요청하기도 했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뒤다. 이 입주민은 “경비원 직업의 특성상 나이가 많다고 일을 못하거나 나이가 적다고 일을 잘하는 건 아니지 않나. 오래 일한 경비원이 아파트의 문제도 잘 알고 현황도 잘 파악하고 있다. 입주민과의 관계도 돈독해 서로 소통도 잘 됐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불평했다.

이번 경비원 교체로 입주민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사안이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결정되는 구조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 아파트 관계자는 “아파트 운영과 관련한 내부 사안은 소수의 입주자대표회의가 결정하면 모두 이뤄지는 구조”라며 “형식상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아무래도 이러한 결정 과정은 입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소통적인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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