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우 한남대학교 홍보팀장/전 한국일보 기자

지난주 두 편의 영화를 봤다. ‘택시운전사’와 ‘공범자들’이다.

택시운전사는 벌써 8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봤고, 올해 첫 번째 천만 관객 영화가 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화의 흥행 여부가 관심은 아니다. 영화가 감춰졌던 ‘광주’의 진실을 대중에게 새롭게 드러내주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군사정권이 우격다짐으로 언론의 입을 막고, 국민의 귀를 막았지만 적지 않은 이들이 광주에서 벌어졌던 참혹한 사태를 알고 있었다.

1980년대 대학가에서 ‘5월 광주’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를 역사적 사실로 인식하지 않거나, 군사정권의 선전에 속아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영화 후기를 보면, 어렴풋이 알았던 광주민주화운동을 이제 분명히 알게 되었고, 너무 가슴이 아파서 눈물을 흘렸다는 관객들이 많다. 택시운전사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우리들의 이야기로 승화시키는 데 기여했다. 가족 또는 친구들과 관람한 중·고생들-이 영화는 15세 관람가이다-부터 연인들과 노인들에게까지 광주의 진실이 새롭게 공감을 얻게 된 것은 중요하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용감한 광주의 시민들과 택시운전사들의 이야기는 독일인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목숨을 건 노력으로 세계에 알려졌다. 또한 광주와 서울의 일부 언론인들도 용기 있는 행동을 보여주었다. 37년 전에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생명을 걸어야 하는 결단이며, 숨 막히고 살 떨리는 일이었다. 우리는 그때 놀라운 용기를 보여준 언론인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

 

 

다큐 영화 ‘공범자들’은 ‘택시운전사’와 정반대의 맥락이 닿아 있다. 택시운전사에는 영웅적인 기자가 등장한다면, 공범자들에는 그와 대조적인 언론인 군상들이 가득하다. 제목이 암시하듯, 진실을 전달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지난 10년간 권력에 부역해서 언론을 망친 이들이다. 이 영화는 특히 공영 방송사들이 그동안 얼마나 망가졌으며, 어떻게 불신의 나락으로 떨어졌는지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공영방송 해직 언론인들이 주축이 돼 만든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제작한 다큐 영화이기에 더 깊이 파고 들 수 있었고, 자료도 풍성하다.

‘공범자들’의 개봉은 오는 17일이지만, 시사회에서 미리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주범은 잘 알려지지만 공범들은 가려질 때가 많다. 이 영화 속의 공범자들도 그러하다. 영화를 보다가 화살처럼 날아와 가슴에 꽂힌 말이 있다. “그래도 우리는 침묵하지 않고 외쳤다”는 한 해직 언론인의 토로였다. 우리도 어떤 부당한 일에 대해 침묵한다면 공범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영화에 등장하는 공범자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면죄부를 주려는 뜻이 결코 아니다. 그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서 우리 안에,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비겁함을 되돌아보자는 각오이다.

광복절 아침이다. 빼앗긴 나라의 주권을 회복한 기쁜 날이다. 나의 주권은 어떠한가. 이미 광복하였는가. 날마다 광복하려고 싸우고 있는지 반성해본다. ‘택시운전사’와 ‘공범자들’의 교훈은 침묵하지 말고 진실을 외치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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