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담원 이윤옥 씨가 장애인 콜택시를 배차하고 있다.

 

“저도 장애인이다 보니 이해할 수 있어요.”

장애인콜센터의 전화벨이 쉴 새 없이 울리고 있다. 헤드셋을 착용한 7명의 여성 상담원은 상량한 목소리로 연신 모니터를 보며 콜택시를 배치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상담원이 휠체어를 타고 있다. 고객의 언짢은 소리에 쩔쩔매던 또 다른 상담원은 거울을 보면서 일그러진 얼굴을 애써 가다듬는다. 감정노동자의 비애가 온통 10평 남짓한 대전장애인사랑나눔콜센터를 가득채운다.

나눔콜센터에선 지체장애나 소아마비 2급, 절단 3급 등 몸이 불편한 상담원들이 일한다. 상담원은 장애인 가족으로부터 온 듯한 연락에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하염없이 모니터를 바라본다. 하루 900콜이 넘는 고객의 요청에 상담원은 할 말을 잃었다.

이윤옥 상담실장은 “마음이 선하신 분들도 있지만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는 가족이나 주변인들이 많다. 센터는 전날 예약제이기 때문에 당일 이용엔 한계가 있다. 콜택시가 구급차도 아니고 부르면 왜 달려오지 않냐고 막무가내로 욕을 하거나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불친절하다는 트집을 잡아 시청에 신고를 한다”고 고통을 토로했다.

센터 상담원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2교대로 예약을 받고 있다. 회원들이 전날 콜을 미리 예약하면 차량의 스케줄을 정해준다. 그러나 혹시 모를 긴급한 상황에 대비해 당일 빈차도 마련해 두지만 한계가 있다. 이 실장은 “나름대로 최대한 도움을 주려고 애쓰고 있지만 한정된 차량으로 센터를 운영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며 “특수승합차, 개인택시 등 차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콜 차량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상담원 14명 중 7명은 장애를 갖고 있다. 그래서 인지 말이 어눌한 분들과도 쉽게 소통하고 마음의 상처까지 헤아려 주는 등 교통약자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박세용 센터장은 “상담원은 업무에 지장이 없는 경증장애인을 우선 선발하고 있다”며 “본인도 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상대방을 보듬어 줄 수 있는 마음까지 가졌다”고 설명했다.

상담원뿐만 아니라 센터에 일하는 기사 130여 명은 비정규직이다. 이들은 1년마다 계약서를 새로 작성하기 때문에 남모를 서러움도 있다는 게 센터의 입장이다. 박 씨는 “장애인 콜택시는 단순한 이동지원에 끝나지 않고 마음까지고 헤아려주는 직업”이라며 “관리자 차원에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근무환경이 밑바탕 돼야 된다. 그래야 구성원들이 자기개발을 통해 질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혁 수습기자 lsh76@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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