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인협회 부여지부 시사집 '사랑나무' 발간…회원 작품 35편 어우러져 감동 선사

부소산 쓸쓸히 거닐던 하얀 달빛이

사뿐 사뿐 춤추며 강물에 내려앉아

어여쁜 손길로 비단 자락 깔아놓네

자주색 치마폭에 망국한 끌어안고

금강을 핏빛으로 물들인 백제 여인들

전설의 바람 되어 낙화암을 맴돌고

등 굽은 노송 가지에 홀로 둥지 튼

천년학은 은은한 고란사 풍경 소리에

잠 못 이룬 채 자꾸만 몸을 뒤척인다

-송재용 詩 ‘사비의 달밤’
 

한국문인협회 부여지부 송재용 부지부장(왼쪽)과 이기동 지부장이 지난 12일 부여문화원에서 개막한 시·사진 전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 일 기자

‘시(詩)와 사진이 만나는 그곳에 언제나 기댈 수 있는 친구 같은 사랑나무가 있었으니….’

한국문인협회 부여지부(지부장 이기동, 이하 부여문협)가 2017년 여름 시예술과 사진예술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인 시사집(詩寫集) ‘사랑나무’를 펴냈다.

‘사랑나무’에는 우산(牛山) 김응길의 ‘가리개’, 들샘 이흥우의 ‘계곡물’, 대하(大河) 임용식의 ‘마중물 같은 사랑으로’, 태백(颱白) 배삼술의 ‘바보사랑’, 용산(龍山) 정진석의 ‘들꽃’, 소산(素山) 한상익의 ‘소낙비’, 늘보 서석순의 ‘아버지’, 호천 하진우의 ‘아침을 여는 자갈치’ 등 회원들의 시 35편이 이기동 지부장이 직접 촬영한 사진과 함께 어우러졌다.

부여군 옥산면에 자리한 수임교회 담임목사인 이 지부장은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이기도 한 사진 마니아로 20여 년간 전국 곳곳의 풍경을 카메라 앵글에 담았다. ‘사랑나무’에는 보령 삽시도, 설악산, 안동 하회마을 등에서 찍은 시의 내용과 걸맞는 사진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시사(詩寫)의 매력을 전해준다.

부여문협은 한국예총 부여지회가 주최·주관하는 제2회 부여예술제의 일환으로 지난 12일부터 오는 19일까지 부여문화원에서 시·사진 전시회를 개최, 지역민들에게 대한민국의 대표적 역사문화도시 부여의 정취가 짙게 배어있는 시정(詩情)을 선사한다.

한국문인협회 부여지부 이기동 지부장이 지난 12일 부여문화원에서 개막한 시·사진 전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 일 기자

이 지부장은 “사랑나무는 부여 성흥산 정산에 우뚝 서 있는, 수령이 400여 년으로 추정되는 느티나무로 드라마 ‘서동요’, ‘대왕세종’, ‘계백 등의 촬영지가 됐다”라며 “백제의 수도였던 사비성(泗泌城)에 사는 시인들의 마음이 한 그루 사랑나무 품처럼 따사롭고, 사랑이 신록처럼 피어나 세상을 밝혀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동인지 ‘사비문학’을 매년 발간하는 부여문협은 가칭 ‘백제청소년문학상’ 제정을 계획하는 등 백제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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