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남긴 편지, 내 삶의 '빈칸'을 채웠습니다

요즘 천리포 수목원에서 숲해설사 교육을 받고 있는데, 담당 교수님의 소개로 이 책을 알게 됐다. 가벼운 소설 느낌이고 분량도 많지 않아 별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모처럼 만에 가슴이 찡해질 정도의 감동과 지난날의 아름다운 추억을 맛볼 수 있었다.

저자 요슈타인 가아더는 인문학을 대중화시킨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작품 ‘소피의 세계’는 51개 국어로 번역돼 2500만 부가 넘게 팔렸고, ‘오렌지 소녀’도 43개 언어로 번역됐을 만큼 베스트셀러다. 2009년 노르웨이에서 영화로 만들어진 것도 흥미로운 사실이다. 그는 고교에서 철학을 가르친 경험을 바탕으로 사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로 구성된 쉬운 철학서를 써왔는데 재미와 공부를 함께 할 수 있는 스토리가 있어 더욱 인기가 있다.

‘소설로 읽는 사랑철학’이란 부제가 달려있는 이 책은 어느 날 15세 소년 게오르그가 11년 전 돌아가신, 거의 기억에 없는 아버지의 긴 편지를 받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편지는 젊은 시절 아버지와 오렌지 소녀의 사랑 이야기로 채워져 있었는데 여기서 오렌지 소녀는 바로 게오르그의 어머니다. 사랑의 결실로 게오르그가 탄생하며 환희와 행복을 만끽함도 잠시, 젊은 아버지는 오렌지 소녀와 사랑하는 아들을 남겨놓고 떠나야만 했다. 그런 아버지의 안타까움과 고뇌가 이 책 속에 절절히 녹아있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고 따라서 지구 역사에서 우리가 머무르는 시간은 찰나의 순간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물질에 대한 끝없는 욕망과 시기 질투하는 마음으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한다. 이 책은 삶 자체가 축복이고, 현재의 소중함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살아가야 한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

사람들은 나름대로 목적을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 그 목적이 무엇인지 나도 아직 깨닫지 못했지만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갈 때 자연스레 달성되리라 생각한다.

나의 행복만을 좇기보다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시선을 돌려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 때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 또한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비록 도달할 수 없더라도 편지 한 장 남겨 놓는 것도 삶을 풍요롭게 하리라.

한병진<충남서부평생학습관 문헌정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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