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구 미래건설연구원장(공학박사)

고강도 부동산 시장 규제, 핀셋규제 등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부동산 대책이 잇따라 제시됐다. 6·19 대책에 이어 8·2 대책까지 나왔다. 노무현정부 이후 12년 만에 다주택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세무조사로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가계부채, 주택 공급과잉, 나아가 투기세력에 대한 처방전이다. 다양한 세제, 금융 규제 방안도 포함됐다. 이달 중 가계부채 종합대책도 발표될 예정이다. 여기에 분양가상한제, 부동산보유세 강화 등도 언제든 꺼낼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게다가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부동산 시장의 복병이다.

특히 정부는 동원 가능한 수단을 모두 써서라도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는 복안이다.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해 추후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세력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 재건축 분양권 전매제한이나 다주택 보유자 양도세 중과, 주택 관련 대출 축소 등도 이 같은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도시재생 사업 활성화와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주거복지와 주거의 질을 향상시키면서 투기수요를 억제해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시장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투기수요자뿐만 아니라 실수요자도 걱정이 태산이다. 정부가 다주택자의 집을 내년 4월까지 팔도록 종용하는 것이 결국 매수자로서는 ‘더 싸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할 만하다. 매매를 서두를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이렇게 되면 시장은 전반적인 거래 위축을 맞게 되고 미분양 양산, 입주 대란, 전세 대란 등의 후폭풍이 기다린다는 것을 이미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금융규제 강화는 실수요자를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내모는 폭발력을 지녔다. 분양받기가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미 예정된 사업지의 분양 시기를 늦추거나 포기하는 방안 등 분양 전략 자체를 전면 재검토하는 건설사도 나타났다. 8·2 부동산대책이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정책과 엇박자를 낼 우려도 있다. 주택 공급 시장의 원활한 흐름을 간과한 채 주택 공급과잉 문제와 투기세력의 근절이라는 목적이 너무 앞섰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8·2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서울시의 도시재생 사업이 탄력을 잃을 수 있다. 전매제한은 물론 금융 규제의 강화는 결국 도시재생 사업의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지방에서는 오히려 풍선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의 양면성이 있어 부동산 시장의 안정과 도시재생 뉴딜은 새 정부 부동산 정책의 양대산맥이지만 양립하기 어려운 과제임을 심사숙고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의 가격 안정에는 물론 투기 수요의 억제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실수요자를 위한 안정적인 주택 공급이 뒤따라야 효과가 배가된다. 자칫 단기적으로 시장 왜곡현상을 바로잡더라도 2∼3년 후 눌렸던 집값이 또 다시 오를 수도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위한 후속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자주 바뀌는 정책으로는 우리 부동산 시장의 근본적 문제점을 치유하기 어렵다. 일본의 부동산 전문 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은 부동산 시장 상황을 정확히 알기 위해 연간 30만 건의 주택 거래 정보를 기초로 부동산 가격을 지수화 했다. 우리 역시 시장 상황을 정교하게 모니터링하는 제도를 바탕으로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정책과 제도 수립에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할 때다.

시장에 일희일비하며 냉·온탕식 대책만 되풀이하는 우를 범하지 말도록 반면교사 삼아 실수요자 위주의 확고한 부동산 정책이 이번 기회에 뿌리 내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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