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동구 용전동의 한 김밥 전문점에 살충제 달걀 파문으로 요금 인상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살충제 달걀’ 파문이 좀처럼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이 지나가자 살충제 달걀 공포가 확산되며 관련 업종의 영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음식 재료로 달걀을 주로 쓰고 있는 빵집과 식당 상인들은 제대로 영업이나 할 수 있을지 근심이 커져가고 있는 가운데 주부들 사이에선 이미 식탁 먹거리에 대한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달걀 수급이 걱정인 김밥집은 대체할 재료 찾기에 나섰다. 이미 AI 사태 이후 달걀이 들어가는 음식값들을 올렸던 대전 동구의 A김밥집은 당분간 달걀이 들어가는 요리는 추가요금을 받기로 했다. A김밥집 사장 권 모 씨는 “다른 일부 제품은 가격을 당분간 올리고 김밥은 상황이 더 악화되면 달걀을 아예 빼려고 한다. 대체재료를 구하자니 그 부분도 당장 막막한 게 사실이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밥을 주문할 때 아예 달걀을 빼달라는 손님의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은행동에서 김밥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 씨는 “어제까지만 해도 김밥에 달걀을 빼달라는 손님은 없었다. 하지만 오늘 오전부터 달걀을 빼달라는 손님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빵집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빵집은 달걀 구하기가 어려워져 빵을 만드는 것조차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개인빵집을 운영하는 김석열 씨는 “가뜩이나 소비심리가 안 좋아서 힘든데 이젠 살충제 달걀 문제까지 터져 앞으로 어떡해야 하나 한숨만 나온다”며 답답해했다. 중구의 한 빵집 제빵사는 “빵을 만드는 데 달걀은 필수”라며 “예전 같았으면 30개의 달걀을 순식간에 깼지만 지금과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 10개씩 신중하게 살피며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살충제 달걀로 인해 현재 빵집에는 문의전화가 늘고 있는 추세다. 살충제 달걀 사용유무에 대한 불안감에서다. 빵집을 찾은 정하영(24·여) 씨는 “빵에 달걀이 포함돼 걱정이 되고 그동안 먹은 달걀이 몸에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지도 걱정”이라며 “앞으로 달걀은 비싸기도 하고 살충제가 포함돼 있다고 해 사먹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빵집은 새로운 난관에 봉착해 있다. 대형빵집은 체계적인 공급업체가 있지만 동네빵집의 경우 일반마트에서 달걀을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용운동에서 작은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 사장은 “일부 달걀을 많이 사용하는 카스텔라, 머핀의 가격을 올렸는데 이번에 다시 올려야 하나 걱정”이라며 “살균제 달걀이 나오기 전에 유통됐던 달걀들을 사용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디서 달걀을 가져다 써야 할지 고민이다”라고 푸념했다.

달걀을 넣는 조식을 판매하는 일부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16일 오후부터 달걀이 포함된 제품 판매를 일제히 중단했다. 프랜차이즈 한 관계자는 “고객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정부의 발표가 나자마자 달걀이 들어간 아침메뉴 등의 판매를 중단한 상태”라며 “정부의 완전한 전수조사가 끝날 때 까지 판매하지 않을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한 판에 1만 원대까지 오른 달걀을 울며 겨자 먹기로 구매해 온 경험이 있는 주부들은 이번 달걀 판매 전면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대형마트를 찾은 주부 홍지영(42) 씨는 “도대체 식탁에 뭘 올려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일상적으로 먹는 달걀까지 위험하면 믿고 먹을 게 뭐냐”고 반문했다. 이어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 모 씨도 “아침마다 아이들이 등교할 때 달걀프라이를 해 줬는데 그동안 내가 내 손으로 살충제가 있을지도 모를 위험한 음식을 해 준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글·사진=강정의 기자·이준섭 기자·이승혁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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