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달걀 파문에 상인들은 물론 소비자들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워낙 자주 식탁에 올리는 음식이라 불안감이 있지만 구매를 하려는 소비자도, 팔아야 하지만 노동력에 비해 결과가 좋지 않아 판매를 하지 않으려는 판매자도 모두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살충제 달걀 파문이 확산하면서 시장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정부가 적합 판정을 받은 달걀에 대한 유통을 허용하면서 대형마트는 안전성이 확보된 달걀에 대해 지난 16일 오후부터 판매를 재개했지만 17일 오전 살충제 성분 검출 농가가 30여 곳으로 대폭 확대됐고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도 다수 포함됐다는 정부 결과발표가 나오자 마트 달걀 코너엔 온종일 싸늘함이 감돌았다. 소비자의 불안감이 확산된 탓이다.

17일 대전역전시장. 달걀을 파는 노점과 상인이 보이지 않았다. 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상인은 “달걀을 사고 싶다면 시장이 아니라 대형마트에 가라”고 했다. 시장 안에 있는 마트에선 달걀을 팔고 있었지만 판매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마트 관계자는 “달걀을 진열해 놨지만 모두 반품 처리할 예정”이라며 “직원들도 불안해서 먹지 않는다. 웬만하면 사먹지 말라”고 손사래를 쳤다.

다른 마트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달걀을 판매하고 있었지만 달걀을 찾는 소비자는 파문 전과 비교해 반토막 수준이다. 마트 관계자는 “살충제 달걀 파문 전에는 일주일에 20판이 정도 판매가 됐지만 현재는 절반 수준”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의심하는 손님이 많은데 만약 달걀에 문제가 생기면 물건을 가져다주는 거래처에서 알아서 수거해 간다”며 “그럴 경우 (달걀에 적인 번호를 가리키며) 우리가 파는 달걀은 그 농장이 아니라고 손님을 안심시킨다”고 설명했다.

마트를 찾은 김정현 씨는 “찜찜하고 걱정된다. 정부에서 발표된 것보다 많은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에 검출되는 상황에서 다른 달걀들도 그럴 수 있으니까 안 사먹는다”면서 “정부에서 완벽하게 조사를 했는지도 알 수 없다. 분명 수많은 달걀들을 일일이 검사하는 게 아니고 몇 개 표본 달걀만 가지고 검사를 하기 때문에 모든 달걀이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마트 등 대형유통업체는 중단됐던 달걀 재판매를 시작했지만 소비현황은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기엔 아직 부족한 모습이다. 정부 조사결과 적합 판정을 받은 농장의 달걀이라고 홍보하지만 달걀을 찾는 손길은 뚝 끊겼다.

이마트 관계자는 “살충제 달걀 파문 전·후 얼마나 줄었는 지 정확한 수치는 모르지만 몸으로 느끼기엔 분명 줄어든 거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 길범석 씨는 “혼란스럽긴 한데 그래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 달걀을 사러 나왔다. 달걀껍질에 새겨진 생산농장 코드를 확인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승혁 수습기자 lsh76@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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