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친환경 농가도 못 믿어"…커지는 불안감에 달걀구매 꺼려

충남 천안의 한 농가에서 생산된 시중 유통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가운데 17일 대전지역의 산란계 농장에서 생산되는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나는 등 ‘살충제 달걀’ 파동이 확산되고 있다. 이 여파로 달걀에 대한 불신감이 커지며 서민들의 식탁에 비상이 걸렸다.

대전시는 17일 대전보건환경연구원이 유성구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지난 4일과 15일 생산한 두 종류의 달걀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에톡사졸이 0.01ppm 검출됐다고 밝혔다. 최근 살충제 성분으로 검출됐던 비펜트린이나 피프로닐 등이 아닌 에톡사졸은 첫 사례다. 에톡사졸은 농작물의 진드기와 거미 등을 제거할 때 사용하는 살충제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대전 시민들의 우려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달걀 구매를 아예 하지 않는가 하면, 친환경 농가에 대한 불신 역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직장인 장 모(35·여) 씨는 “달걀 구매를 하지 않고 있다. 믿고 구매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친환경농가도 믿을 수 없다는 점에서 불안하다”면서도 “달걀만한 식품을 찾을 수 없어서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달걀은 소비하고 있지만 지자체 등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시민 고 모(34) 씨는 “달걀은 항상 먹는 것이니 소비하고 있다”면서도 “점검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살충제 달걀’ 파동은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과 저소득층을 더욱 곤궁하게 하고 있다. 값싸고 영양소를 모두 갖춘 식품으로 평가받은 달걀의 마땅한 대체제를 찾기 힘든 이유에서다. 대전지역의 무료급식소는 최근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인해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전역에서 무료급식을 하는 ㈔전국자원봉사연맹 산하 전국천사무료급식소는 최근 급식 외에 별도로 제공하던 달걀 지급을 중단했다.

전국천사무료급식소 관계자는 “그동안 달걀을 별도의 간식으로 나눠줬다. 그런데 살충제 달걀 파동 이후 중단됐고 과일 등의 후원물품을 내드리고 있지만 달걀을 대체할 만한 것이 마땅히 없다. 집에서 식사를 못하는 분들이 적잖은데 달걀을 받지 못해 아쉬워하는 분들도 있다”며 “달걀이 가장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완전식품 중 하나인 만큼 빨리 안전이 확보돼 급식에 달걀을 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르신들 중에는 ‘다 늙었는데 어때’라며 달걀을 달라는 분들도 있지만 안전이 확보되긴 전까지 급식을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걱정섞어 말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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