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익~삐익~요란한 알람이 운다. ‘폭염주의보, 낮 동안 야외활동 자제 및 물놀이 안전 등에 유의 바랍니다.’ 국민안전처에서 온 긴급재난 문자다.

재난 문자에도 불구하고 나는 주섬주섬 옷과 헬멧을 챙겨들고 바이크 앞에 섰다. 오늘 낮 최고기온은 34도. 지난 2월에 꿈에 그리던 바이크를 건네받았다. 2종 소형면허에 합격하고 5년 만에 이룬 벅찬 순간이었다. 그날부터 매달 약 1000킬로씩 내달렸다. 겨울의 칼바람도 나의 열정은 막지 못했다. 그런데 재난문자에 굴할쏘냐. ‘웃기네! 나야나!’

자신감은 출발 수 분만에 산산조각 났다. 보호대가 내장된 긴팔 재킷과 가죽 장갑, 목 높은 신발, 얼굴 전면이 막힌 풀 페이스 헬멧을 쓰고 땀방울이 오롯이 느껴졌다.

대둔산으로 가는 68번 지방도를 지나가면 보이는 풍경 모습.

그렇지만 나의 욕구를 막을 수는 없었다. 충남이 감싸 안은 대전은 바이크를 타고 달릴만한 코스가 많다. 첫 번째 추천 코스는 대둔산 휴양림이다. 전라북도 완주군 운주면과 충청남도 논산시 벌곡면 및 금산군 진산면에 걸쳐 있는 대둔산, 이곳은 대전과 충남, 전북을 이어주는 관문이다. 대전을 출발해 대둔산으로 향하는 길은 크게 두 곳으로 나눌 수 있다.

유성구 진잠동 네거리에서 4번 국도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방동대교를 건너 계룡 두마면에서 대둔로를 타고 이동, 68번 지방도로를 통하는 것이 그 하나다.

두 번째는 중구 산성동을 안영IC를 지나 쭉 뻗은 635번 지방도를 카고 17번 국도로 합류하는 방법이다.

시속 60Km 내·외의 속도로 적당한 코너와 간혹 쭉 뻗은 직선이 어우러진 두 길은 대전을 출발해 약 50분이면 다다를 수 있는데, 이 길을 수 없이 달려도 질리지 않는다.

시골길에 우거진 나무사이로 가끔 빛이 통할 만큼 길이 시원하다. 한적한 시골 풍경과 앞서가는 마을버스를 따르다 보면 ‘이런 곳에 살면 좋겠다.’란 엉뚱한 생각도 든다.

특히 모터사이클의 평소 없던 여유가 생기는가 하면, 빠르게 내달릴 땐 노면의 상태를 느끼기 위해 온 정신을 엉덩이에 집중케하는 엉뚱한 매력이 있다. 이같은 매력들로 인해 출발할 때 땀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린다. 대둔산을 휘휘 돌아 대전으로 나가는 길 또한 여러 갈래. 아직 나도 모두 섭렵하지 못했다.

다만 한두 시간의 여유가 된다면 금산군 진산면 부암 삼거리에서 육백고지전승탑 방면 635번 지방도를 이용해 금산군 남이면을 돌아 복귀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도로 상태도 좋고 차량도 많지 않다. 시골길이라 농사일로 차량이 정차중일 수 있으니 주행에는 항상 긴장을 놓지 말자!

대전으로 향하는 길은 13번과 37번 그리고 17번으로 이어지는 넚은 국도로 빠르게 복귀 할 수 있다. 대전 초입, 만인산 자연휴양림에 들러 봉이 호떡과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마무리해도 좋을 것 같다.

홍성후 <대전 유성구 홍보실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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