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붕준 대전과학기술대 광고홍보디자인과 교수/전 대전MBC 보도국장/ 뉴스앵커

초·중·고 개학에 이어 내주부터는 대학가도 2학기 개강을 한다. 찌는 듯한 더위도 거의 사라지면서 내일은 절기상 처서(處暑)를 맞는다. 올여름에는 유난히 덥기도 했지만 더욱 열나게 했던 사건들이 많았다. 권력 우위에 있는 사람이 약자에 부당 행위를 한 소위, 갑질 뉴스와 지금도 진행형이지만 살충제 달걀 파동이다. 인간의 존엄까지 짓밟는 갑질 행태는 대부분 권력층이지만 서민층 곳곳에서도 갑질은 존재한다.

특히 최근, 육군대장 부부와 제약회사, 피자회사 회장의 갑질 행태는 더욱 짜증스럽게 했다. 지난 79년, 당시 25살이었던 한국시티즌공업 회장 아들이 구혼 거절에 앙심을 품고 ‘호스티스를 폭행한 사건’을 시작으로, 94년 롯데가(家) 푸르밀 회장 외아들이 자신이 몰던 그랜저 앞에 소형차가 끼어든다고 폭행한 일명, ‘프라이드 폭행사건’, 2010년 SK가(家)계열 대표가 회사 앞에서 1인시위를 하는 탱크로리 기사를 구타한 후 때린 만큼 돈을 준 ‘맷값 폭행사건’, 이밖에도, 현대가(家)와 대림가(家), 몽고식품 명예회장의 운전기사에 대한 ‘막말 사건’, 대한항공 장녀의 ‘땅콩 회항사건’, ‘라면 진상 상무 사건’, 회사 구조조정을 거부했다고 직원을 사무실 벽 방향으로 책상을 놓게 한 두산그룹 계열사의 ‘벽 보게 하기 사건’, 미스터피자 회장의 경비원에 대한 ‘막말 사건! 대부분이 자존감을 짓밟는 행태다.

최근 모 지상파 TV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를 본 시청자들은 마음이 시원했을 것이다. 재벌기업 회장은, 아들이 자신의 회사에 다니는 보통 집안 여성과 교제하는 것을 알고 헤어질것을 강요하며 여성의 집안 부모를 폄하했다. 이 여성은 사표를 낸 후 회장실로 찾아가 회장님 호칭이 아닌 ‘아저씨!’ 라고 부르며 ‘내 부모님 폄하는 참지 못하겠다’고 사과를 요구하면서 반격하는 통쾌한 장면이었다. 갑질은 돈이나 권력있는 사람들이 한다고 하지만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가 높이 올라가니 올챙이 시절을 생각하지 않고 아랫사람을 해(害)하는 경우도 흔하다. 일종의 ‘보상적 갑질’이라고 할까? 2015년 부천의 한 백화점에서 차를 이동시키라고 했다고 모녀가 주차장 알바생을 무릎을 끓리게 한 사건, 지하철 안에서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고 젊은이에게 화를 내는 ‘나이 갑질’도 있다. 갑질이 설치니 코미디 프로그램에도 등장했다. 목욕탕의 정수기가 갑자기 고장이 났다. 사장은 정수기 회사에 서비스를 부탁한다. 점심시간이라 차가 막혀 늦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목욕탕 사장은 수리 중에도 기사에게 계속 잔소리를 한다. 수리 비용 1만 5000원을 확 던지듯 했다. 땀을 많이 흘린 기사는 장비를 차량에 두고 그 목욕탕에 들어간다. 이번에는 기사가 아닌 손님 자격으로…. 갑과 을이 순식간에 바뀐 것이다. 마침 6살 아들까지 동반했다. 6살부터는 어른 요금을 받아야 한단다. 아들이 하는 말, ‘“6살은 어른이라면서 왜 반말하나요?” 갑과 을은 장소와 상대에 따라 바뀐다. 운전자도 차에서 내리면 보행자가 된다. 식당에서 손님이 갑질 행동을 한다면? 내가 그 상황에서 손님이라면? 상대방의 이해에 따라 갑질의 껍질을 벗겨 버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본다. 식당가면 종업원에게 반말하고 트집잡는 사람, ‘인격 파탄형 갑질’이 많다. 택시만 타면 전용 기사인 것처럼 으시되는 사람, ‘무슨 법이 그러냐!’면서 ‘내가 낸 세금으로 먹고 사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는 사람!

사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도 감독 기관의 갑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산물품질관리원 퇴직 공무원 상당수가 ‘친환경 인증’이나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 해썹)을 주는 민간 기관 등에 포진하면서 관리가 허술해 ‘농피아’라는 말까지 나오자 국무총리가 직접 나설 정도였다.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도 갑질을 해야만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윗자리에 오를수록 남의 인격을 존중해주는 덕목이 필요하고 나보다 어려운 사람에게 베풀고 배려하는 것이 진정한 서번트 리더십이 아닐까? 대한민국 사회가 완장형 갑질의 껍질을 떼어내고, 상대방을 감동시키는 배려로 더욱 반짝이는 하루를 만들면서 귀뚜라미의 애간장 소리를 듣는 내일 아침 시원한 처서(處暑)를 맞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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