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소설가·동시인 등 여러 작가들에…최교진·김지철 교육감과 얽힌 기억들

 

‘인연의 끈으로 글을 묶는다. 뜨악했던 관계망들은 거리를 벌리며 조심스레 엮었고, 가까운 벗들은 방심한 채 덧칠하기도 했다. 그 벗들의 그늘에서 멍든 상처 삭이다가 등이 굽고 잇몸이 허물어졌다.’

‘작가의 객석’(도서출판 삶창)은 시인이자 소설가, 현직 국어교사(서산 대산고 재직)인 강병철(60)이 쓴 작가들에 관한 사소한 이야기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시인 윤중호·이정록·조재훈·나태주·황재학·이순이, 소설가 김성동·이문구·한창훈·정낙추, 동시인 안학수 등과 교유(交遊)한 기억들을 끄집어낸다. 저자의 삶터와 일터를 중심으로 만났던 작가들, 충남 서해안 지방 일대에 거주하거나 인연이 있는 작가들이 대부분으로, 이 책은 그들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우정의 편지이고, 그들의 작품 세계로 진입하는 데 필요한 단초들이 사금파리처럼 깔려 있다.

‘작가의 객석’에는 ▲중호야 인나, 녹두꽃이 폈어야 ▲만다라 그 전설의 외로움, 김성동 ▲소설가 이문구를 만나지 못한 사연 ▲한창훈의, 서이가 아름다운 진짜 이유는? ▲이정록, 글자 조련사 ▲바보 천사 안학수가 전쟁터에 ▲선생님 울지 마세요, 조재훈 ▲최교진의 벗들 ▲나태주 시인은 야무진 울보다 ▲정낙추, 그 기억력의 우물 ▲로망이여, 황재학의 벗들이여 ▲객석에서 그를 보며, 김지철 ▲세상의 아픔, 김충권 목자의 기쁨 ▲흥부 시인 이순이, 거시담론과 미시담론 ▲꿈꾸는 유토피아, 이문복의 밥상 등 15편의 글이 담겨 있는데, 저자가 책의 제목을 ‘작가의 객석’이라고 붙인 것은 아마도 작가들을 ‘책’이라는 무대 위에 등장시키고, 저자 자신은 ‘객석’에서 느긋이 바라보고 있다는 장난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은 시종일관 여유롭고, 유머러스하고, 따뜻하다.

작가들의 사생활을 조금 안다고 해서 그 작가의 내면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짧지 않은 교유는 단순히 사생활을 안다는 차원하곤 다르다. 작품과 삶의 결을 함께 느낄 수 있기에 작가와 작품을 연결해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저자는 해직 교사 출신이며, 전교조 교사들의 대량 해직의 시발점이 된 1985년 ‘민중교육지’ 사건의 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역시 해직 교사였던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김지철 충남도교육감과 얽힌 기억들을 비롯해 ‘민중교육지’ 사건부터 전교조 교사 해직 사건에 대한 숨어있는 이야기들이 드문드문 박혀 있어 읽는 이들로 하여금 역사의 어느 귀퉁이를 돌아가게 만든다. 물론 이 책에 진지하고 무거운 비사(祕史)만 담겨 있는 건 아니며, 저자의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서산이 고향으로 지난 2001~2004년 한국작가회의 대전충남지회장을 역임한 강병철은 1983년 ‘삶의 문학’ 동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시집 ‘유년일기’, ‘하이에나는 썩은 고기를 찾는다’, ‘꽃이 눈물이다’, 소설집 ‘비늘눈’, ‘엄마의 장롱’, ‘초뻬이는 죽었다’, 성장소설 ‘닭니’, ‘꽃 피는 부지깽이’, ‘토메이토와 포테이토’, 산문집 ‘선생님 울지 마세요’, ‘쓰뭉 선생의 좌충우돌기’, ‘선생님이 먼저 때렸는데요’, ‘우리들의 일그러진 성적표’ 등이 있고, 청소년 잡지 ‘미루’를 10년간 발행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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