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산맥체계에 관한 연구는 풍수와 전통지리학을 기초로 이를 계승하려는 학계와 서양 지리학의 영향을 받아 지질 및 지형학을 연구하는 학계로 양분돼 발전하고 있다. 전통지리는 조선시대에 한반도의 산맥 체계를 형성했으나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서양식 지리학에 밀려 명맥이 사라졌다. 그러나 최근에 이를 다시 찾고자하는 노력들에 의해 그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초·중·고 및 대학에서 이뤄지는 지리교육은 일본식 교육을 받은 서양 지리학이며 전통 지리학은 학문적 체계를 세울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학창시절에 역사학과 지리학에 유난한 관심과 열정이 많았던 필자는 대학을 민속학에 진학하면서 우리의 전통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을 많이 일깨우게 됐다. 그 결과 풍수지리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미래의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터전이 계룡산을 중심으로 백성이 주인인 시대, 다시 말해 국민이 주인인 시대인 계룡산 시대를 접하게 됐다. 계룡산의 중요성에 대해 역사적으로 신라 말 도선대사로부터 고려와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제기됐다. 단 그 당시에는 백성이 주인인 시대가 아니라 절대 왕조의 시대였고 선조들은 왕조시대가 지나면 새로운 시대가 올 것을 믿으며 계룡산을 중심으로 지혜를 모아 미래의 시대를 준비함을 알게 됐다.

풍수지리적 관점에선 한반도의 산맥체계를 통해 우리 민족의 미래 방향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기(氣)의 흐름에 대한 연구는 보이지 않는 분야의 해석으로 어떠한 논리와 과학적으로 증명할 것인가가 중요 쟁점이 된다. 사실상 그 해법은 어렵고 난해하다. 잘못하면 종교적 개념과 주술적 개념 등의 영향으로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는 위험 요소가 많이 내포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반도의 산맥체계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필자는 형이상학적인 논리보다 우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분야부터 확인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오직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부터 정확히 파악하고자 했다.

우선 국토연구원에서 발표한 ‘한반도 산맥체계 재정립 연구:2004년’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우리 전통지리학의 현실을 알았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끝으로 전통지리적 산맥체계는 120여 년간 자취를 감췄다가 1980년대 우리의 것에 대한 열망이 고조될 시점에 고서점에서 우연히 발견된 ‘산경표:한반도의 산맥을 나열한 표’가 기폭제가 됐다. 이를 토대로 지도에 그림으로 표시해 산경도가 나타나게 됨을 알 수 있었다. 국토연구원에서 발표한 한반도 산맥체계는 인공위성과 수치표고 모델과 지리정보시스템 등 현대의 최첨단 장비와 기법을 활용한 조사로 그동안 수많은 한반도 산맥 체계에 관한 연구 가운데 조선시대에 제작된 대동여지도가 가장 일치한다고 발표하면서 한국 지리학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계기가 됐다.

그 후 연구가 어떻게 진행됐는가에 관심이 많았던 나로서는 큰 충격에 빠졌다. 이 연구에 참여한 대표자의 열정이 현재 대한민국의 지리학을 이끌고 있는 서양지리계의 비판과 따가운 눈총으로 더 이상 연구가 진행하지 못하고 좌절됐음을 알 수 있었다. 주된 내용은 우리 전통지리학이 세계 지리학계에서 통용할 수 없는 학문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내용과 전통지리학을 연구할 수 있는 학문적 기반이 없어서였다. 과거 최창조 서울대 교수의 풍수지리 연구가 지리학계로부터 풍수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라는 등으로 그들의 기준 잣대를 가지고 비판과 칼질을 함으로써 우리의 것을 찾고자 하는 노력에 찬물을 붓는 수고와 같은 행위는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 서양 지리학계가 어찌 우리의 전통지리를 이해하고 풍수를 논할 수 있단 말인가?

학문의 다양성을 인정해 전통지리와 서양지리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시기가 빨리 왔으면 한다. 전통지리의 학문적 체계와 연구방법의 기틀을 마련하기가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해야 할 몫이다. 지리학계에도 한류의 열풍이 오길 기대하면서 최소한 우리의 것이 무엇인지를 우리 후손이 알아야 하며 쉽게 이해하고 이를 통해 생활의 지혜가 돼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작은 희망의 불씨를 한반도 산맥체계에 관한 연구로부터 시작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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