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석 수필가

대전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 지 이미 오래다. 세종시가 출범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그러나 시세(市勢) 발전의 미래를 걱정하고, 대비하는 대전 시정(市政)은 없었다. 살기 좋은 곳, 미래가 있는 곳을 찾아 떠나는 인간 심리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주거의 자유가 법률로 보장되는 이유다. 예상했던 대로 대전에서 1년에 몇 만 명씩 세종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대전을 형성하는 시민들이 빠져나가면 시세가 약화되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오늘도 ‘시민을 행복하게, 대전을 살맛나게’라는 대전 시정구호가 시가지 곳곳에 붙어있다. 좀 막연하지만 이상향적이고 목가적 시대를 지향하는 구호다. 결코 구호가 잘못 됐다는 얘기가 아니다. 구호처럼 행복하고 살맛나는 시정(施政) 결과가 없다는 얘기다. 어느 것 하나 시민들에게 행복이 느껴지거나, 살맛나도록 체감되는 성과물이 없다. 시민들의 주요 숙원사업마다 지지부진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발전대책이 없이 말잔치뿐이다. 오히려 시세가 퇴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바로 옆 세종시가 ‘블랙홀’처럼 큰 입을 벌리고 있어도 대전 시정은 안이하다. 세종시는 국가 중앙부처들이 입주하는 신생 ‘특별자치도시’이며 행정수도다. 아직 진행형이지만 정부부처 이전이 완전히 끝나면 발전 속도에 가속이 붙을 것이다. 또 관련 산하 기관·단체들이나 국·공영기업체들까지 연쇄적으로 따라올 것이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대전시로선 시급한 대응책이 필요하다. 대전의 시세가 상대적으로 위축될 위기에 노출되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대전시는 눈에 띄는 대응책이 없다.

국회 및 청와대도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가통치 실권자들 입에서 계속 쏟아지고 있다. 행정수도 기능은 물론 정치수도·통치수도 기능까지 세종시로 옮겨야 한다는 여론은 곧 대전 시세 위축과 직결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대전 인구는 150만 7597명으로 2013년 말(153만 2811명)보다 2만 5214명이나 줄었다. 시세가 그만큼 축소됐다는 것인데 대전시는 무사태평이다. 최근 시정조직기구 일부만 개편했을 뿐이다. 세종시는 2013년 말 현재 12만 2153명에서 매년 3만~5만 명씩 유입 인구가 늘어 지난 6월 말 현재 26만 6075명으로 증가했다. 2012년 세종시 출범 후 약 5년 동안 유입 인구가 무려 14만 3922명이다. 대전에서 세종으로의 순이동자 수도 2013년 1662명, 2014년 1만 1349명, 2015년 2만 1104명, 지난해 1만 2969명에 이어 올해는 상반기만 9531명에 달한다.

문제는 대전시가 ‘시민을 행복하게, 대전을 살맛나게’ 만들려는 각별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숫자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전 인구의 세종으로의 전출은 앞으로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전시는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무감각이다. 시민들이 살맛나고, 행복하도록 시정성과가 없다. 도시철도 2호선도, 유성복합터미널도, 또 시민들 주요 숙원사업도 무엇 하나 뚜렷하게 이뤄지는 게 없다. 시민들은 답답하다. 이러다간 자칫 대전시가 공동화(空洞化) 현상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민들도 있다.

얼마 전 이웃한 충남 금산 군민들이 금산의 대전 편입을 자청하고 나섰다. 그러나 대전시는 미온적이다. 어떤 가치로 따져도 호재이고, 그들의 주장에 충분한 이유가 있다. 물론 영역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충남도의 반대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전시장의 결단과 적극성만 있다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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