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을 가능케한 땀방울, 신병 함성보다 뜨겁다

우리 사회의 핵심 키워드가 된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각계각층의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누군가는 젊은이들의 문제라고, 또 다른 누군가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하는데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라 속시원한 해법 마련은 요원한 상태다. 그래서 요즘 창업이 뜬다. 젊은 나이에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시장에 뛰어들어 향후 전도유망하다는 평가를 받은 이가 있다. 아직 불혹이 되지 않은 나이 탓에 오해를 얻기도 하지만 젊기 때문에 보다 진취적인 정환호(37) 세야산업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목표를 세우고 꿈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세상엔 쉬운 일이 없다.

정 대표가 사업을 시작한 건 대학을 졸업한 직후다. 그렇다고 한순간의 호기심은 아니었다. 대학시절 인턴으로 비슷한 회사를 경험했고 아이디어를 상품화하기 위해 공들인 시간도 적지 않다.

“아이템이 아이템이니 만큼 준비하는 데 시간이 꽤나 걸렸습니다. ‘페인트볼 건’이라는 군부대 훈련 장비를 만들기 위해 전시회 참가나 군 관계자와의 지속적인 의견교류는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이렇게 공들인 시간이 2년이나 됩니다.”

세상에 뭐 하나 쉬운 게 있던가. 사업을 시작했으나 매출이 거의 없던 그 시절 뜻을 함께했던 직원들도 버티지 못했다. 그만큼 어려웠다는 얘기다.

“7평짜리 작은 사무실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직원이라고 해봤자 한두 명이었죠. 제품은 만들었지만 판매는 그리 신통치 못했습니다. 월급을 밀린 것은 아니지만 결국은 직원들과 헤어져야만 했죠.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성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 사업 초기, 정부 지원은 고사하고 지원정보 자체를 얻는 것도 제한적이었던 그 시절이 정 대표는 너무 어려웠다고 이야기한다.

“사무실은 말 그대로 창고였습니다. 창업을 한 시점에 마련해둔 돈은 바닥을 들어낸 상태였죠. 물건은 만들었으나 그 물건을 팔 곳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판로개척에 매진해 어렵게 조금씩 상품을 판매할 수 있었습니다.”

성장보다는 버텼다는 말이 맞는 표현일 수 있는 그 시기에도 정 대표가 버릴 수 없었던 것이 있다. 상품에 대한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다. 제품의 성능의 문제가 아니라 디자인의 문제였다. 보다 현실감 있게, 보다 편리하도록 말이다.

“군 출신이나 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 레저로 서바이벌 게임을 즐기는 사람 등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였죠. 지금의 장비도 성능면에선 처음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외모가 많이 달라졌을 뿐이죠.”

#.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

자신의 상품에 대한 자부심이 없는 대표는 없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자부심이 성공과 반드시 연결되는 건 아니다. 도약의 계기가 없는 탓이다.

“연평도 포격 사건이 저에게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 사건으로 군부대 훈련에 대한 메커니즘이 변화했으니까요. 예비군 훈련에도 서바이벌 훈련이 시작되는 등 매출이 급증하게 됐습니다.”

매출이 늘면서 7평짜리 창고 같던 사무실을 벗어날 수 있었고 직원도 늘어났다. 페인트볼 건뿐만 아니라 훈련용 장비, 자동화 타겟 등 다른 아이템도 하나둘 준비했다. 보다 나은 앞날을 준비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최근 3년간 매해 50~100%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직원도 다섯으로 늘었죠. 사무실도 이전했고요. 전과 비교한다면 성장했다는 게 피부로 와 닿습니다. 시장 확장을 위해 다른 아이템 준비에도 착수했습니다.”

고비를 막 넘고 성장세를 타고 있는 기업에게 개발은 필수적인 일이다. 그렇다고 개발인력을 별도로 두기에는 아직 어려운 상황. 이런 부분에 있어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부서가 나눠져 있기는 하지만 직원들이 영업은 물론 개발에도 참여합니다. 올라운드 플레이어죠. 고마움을 느끼는 부분이죠.”

해야 할 일은 너무나도 많지만 식구가 적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개발도 그렇지만 정부지원사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되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선택받기 위해 꽤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죠. 가용할 수 있는 인력이 없다보니 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더욱이 초기 벤처기업이나 여성기업에 대한 지원책은 많은 것에 비해 성장을 시작한 기업에 대한 지원책은 조금 부실한 면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더 어렵게 느껴집니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정 대표는 가까운 목표가 있다. 공장 부지를 마련해 성장세를 굳건히 하겠다는 것이다.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부지선정을 하고 내년이나 내후년쯤 공장을 설립하는 게 목표입니다. 가공까지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꼭 이루고 싶습니다.”

#. 불가능에 도전하다.

어떤 이는 꿈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이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하나의 공장에서 모든 공정을 마칠 수 있는, 그런 공장을 갖는 것이 말이다. 그러나 정 대표는 이것을 꿈꾼다.

“부품 생산부터 완성품 조립까지 할 수 있는 공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가 있다면 직원들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목표를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욕심을 가진 그는 천천히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시장은 크지 않습니다. 당연히 경쟁이 치열하죠. 우리의 시장 점유율은 적지 않은 수준이지만 더 좋은 성능과 디자인을 가진 제품이 나오면 그마저도 밀려날 수 있습니다. 그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입니다.”

그는 말한다. 잘못될 줄 알면서도 편한 길을 가는 것은 바보 같은 것이라고. 또 대표는 흐름을 보고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이다.

“서바이벌 장비에 대해서는 접어든 추세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대도 그것만 고집하는 건 안 되는 일이죠. 그렇다고 과학화 장비나 마일즈(센서) 장비로 방향을 전환하기에는 몸집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살길을 찾아야죠.”

비교적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해 10년의 시간을 한 길로 꿋꿋이 걸어온 그의 모습에선 나이를 넘어선 노회한 대표의 향기가 느껴진다. 그래서 그가 걸어갈 길이 기대된다.

글=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사진=전우용 기자 yongdsc@ggilbo.com

 

세야산업(www.se-ya.com)은

군부대 훈련용 제품을 제조 판매하는 젊은 회사다. 2008년 설립해 군부대 훈련용 서바이벌장비 개발에 성공한 뒤 승승장구하고 있다. 육군 178개 부대 납품실적을 바탕으로 2010년 공군 12개 전투비행단, 2011년 해군 3개 함대와 해병대사령부에 군부대 훈련용 서바이벌 장비를 납품했다. 군부대 영업망을 바탕으로 현재는 실거리 사격용 자동타깃과 저격수용 광학장비를 생산·판매 중이며 해외시장에 진출에 대한 야심 찬 포부를 숨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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