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에 이어서) 그 사이 왕정 성(城)에서는 드라마틱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왕이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하고 가족들은 노심초사 중이었다. 벌벌 떨면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이때, “왕이 나타나 가족들에게 프리츠 목을 쳐 죽이게 했었다고!”라고 보고했다. 여왕은 숨이 넘어갈 정도로 고래고래 소리 질렀고, 프리드리히 여동생도 울며불며 어쩔 줄 몰라 방방 뛰었다. 하지만 조금 후에 프리츠가 아직 살아있다는 걸 알게 되었던 가족들은 한순간의 숨을 돌렸다.

모든 가족들이 왕 앞에 무릎을 꿇고선 프리츠를 죽이지 말고 살려 달라고! 한 번 용서를 해주자고! 손이야 발이야 빌었지만 왕인 아버지의 마음이 끄덕도 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공주 빌헬미네는 졸도하기에 이르렀다.

다음날 왕은 육군재판관을 소환하고선 소리 높여 엄명했다. 아들 프리츠와 친구 카테를 당장 사형에 처하라고! 죄목은 배신죄와 탈영죄였다. 다행히도 이번에도 이 일을 맡았던 한 법정관이 아주 지혜롭게 처신했는데, 그는 프리츠 같은 경우는 그런 죄의 해당사항이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법정관은 다른 견해를 제시했다. 죽음을 면치 못할 이는 오히려 이미 도망간 카이트이고, 카테는 감옥에 평생 감금해야 한다는 거다. 이 법정관은 왕위서열 1위인 프리츠를 어쨌든 살려두고자 갖은 노력을 했던 것 같다.

다행히도 왕은 이 법정관의 의견 일부분을 수긍하였지만 카테의 판결만은 뒤집어 버렸다. 왕의 주장은 좀 무서웠는데, 프란츠가 보는 앞에서 카테의 목을 쳐서 죽이라는 거다. 이렇게까지 나오는 데는 왕이 의도적으로 카테를 그렇게 죽이라고 했던 설도 있다. 왜냐면 프리츠보다 여덟 살 많았던 카테가 그의 아들 프리츠와 자꾸 동성애 관계로 유혹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카테는 이제 사형판결을 수용해야만 했었다. 그가 흐느끼면서 남긴 말은 ‘예수님 친구를 위해서 내 생명을 가져가세요’였다고 한다. 1730년 11월 6일 곧 사형당하기 바로 전에 2명의 군인이 카테를 마지막으로 데리고 간 곳이 있었는데 바로 왕의 아들 프리츠가 갇혔던 감옥 앞이었다. 쇠창살로 가려진 창문 밖으로 친구를 내려다보던 프리츠도 기겁을 했다. 자기가 도망갈 곳에 친구로서 동조했다는 죄목으로 이제 한방에 친구의 생명을 날리게 되었으니. 프리츠가 이 친구를 향해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감옥 안에서 손으로 그에게 평화의 키스를 보내는 것밖에는 없었다. 그가 친구에게 남긴 말은 ‘나의 사랑하는 친구 카테여! 나를 천 번 만 번 용서해 다오!'였다고 한다.

이때 카테는 프리츠의 마지막 신호를 잘 알아들었노라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직한 목소리로 그에게 대답을 보냈다.‘나를 용서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렇게 인간적이고 모범적인 왕족 친구 프리츠를 위해서 죽는 것은 영광입니다'라고! 이 말은 프리츠를 위해서 기꺼이 죽을 수 있다는 충성심에서 나온 말이 아니었을까? 프리츠가 보는 앞에서 친구의 목이 베어졌는데 그 순간 프리츠도 기절해 버렸다. 짐작건대 이 친구의 사형을 보고 기겁을 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다음엔 자기가 처형된다는 생각에 또한 겁을 먹었다는 해석이 남아있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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