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봉 시인·전 대전문인협회장

 

문희봉 시인/전 대전문인협회장

자신이 갖고 있는 광맥을 찾는 일은 이를수록 좋다. 금을 캐내기 위해 시추 전 금맥이 있는 곳을 찾아내는 일은 어떤 일보다도 중요하다. 자신의 미래가 걸려 있는 일이기에 그렇다. 그러한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시추에 들어갔다가는 십중팔구 실패한다. 50m, 100m를 파내려가서 금맥의 흔적을 발견하면 안면에 미소가 그려진다. 유비무환이라는 말은 여기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준비가 철저하면 후회하는 일이 줄어든다.

누구에게나 숨어 있는 광맥이 있다. 발견하느냐, 못 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 광맥은 스스로 찾을 수도 있지만 대개는 주위의 도움이 필요하다. 청소년 시기에 그 광맥을 일찍 발견하면 그 인생은 80~90% 성공이다. 자신이 나아갈 길을 일찍 발견했기에 실패 확률은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일찍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둠의 질곡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방황한다. 여기에 주위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엊그제 모임에서 바다낚시를 갔다. 선장은 어맥이 있는 곳을 찾아 뱃머리를 돌렸다. 30여 분 달리니 엔진을 끈다. 낚싯대를 내리라는 것이다. 너도 나도 낚싯대를 던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우럭이 올라오고, 갈치가 올라오고, 돔도 고개를 내민다. 일행들의 얼굴에서 웃음꽃이 핀다. 경쾌한 목소리가 하늘을 난다.

선장은 그간의 노하우를 십분 발휘하여 어맥을 정확하게 찾아준 것이다. 조금 후에 선장은 초고추장과 양념들을 내놓고 낚아 올린 고기들에게 용서를 구한다. 바닷바람을 벗하며 마시는 음료가 흥을 돋운다. 왜 바다에서 마시는 음료는 취하지도 않는가? 기분 좋게 마시는 음료는 기분을 최고조에 이르게 한다. 입이 귀에까지 걸린다. 이런 맛은 처음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쏟아낸다. 얼굴이 밝다.

낚시보다는 먹거리와 교우하는 일행들이 늘어난다. 흥타령이 흘러나오니 육자배기도 질 수 없다 끼워 달라 애원한다. 회원들의 얼굴에 파란 미소가 빛난다. 살아가는 맛이 절로 난다. 얼씨구나 좋구나, 절씨구나 좋구나 어깨춤이 동행한다. 아마도 선장이 어맥을 잘못 짚어주었더라면 일행들의 얼굴에서는 미소를 찾아볼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흥을 누릴 수 없었을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겠다.

지인 집의 한 아이가 중학교 2학년이다. 어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대학에서는 어떤 분야를 전공할까를 미리 생각하고 열심히 밭을 갈고 있다. 확고한 미래관이 설계되어 있다. 기특하다 생각된다. 부모의 자식 자랑이 그칠 줄을 모른다. 얼마나 듬직한 아들을 두었는가. 4당5락인가, 5당6락인가를 생각하면서 수면시간도 조절하고 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다. 자기가 알아서 한다. 한마디로 신통하다. 앞길이 훤히 열릴 것 같다. 선견지명이란 말은 성인사회에서만 통용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일찍 눈을 뜬 그 아이가 자랑스럽다.

1960년대 초반의 일이다. 나는 고등학교 입학시험에서 셋째 시간 영어 문제 서너 개를 풀고 나서 책상에 엎드려 잤다.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른다.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에 잠을 깼을 때는 답안지에 침이 흥건히 고였다. 감독자는 어째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수험자를 그냥 놔두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고발이라도 하고 싶다. 어디가 아픈지, 어떤 이유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지를 살폈어야 했다. 이제는 다 지나간 일이다. 보기 좋게 낙방했다. 나하고 같이 간 같은 학교 여학생은 당당히 합격했다. 체면이 구길 대로 구겨졌다. 나는 이랬는데 그 아이는 그 반대다. 앞날이 LED 전등같이 밝을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광맥을 일찍이 발견한 그 아이의 앞날에 서광이 비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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