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덕원 세종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하죠? 세상에 초등학생이 이런 문자를 보냈어요.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오네요.” 초등학생 자녀를 둔 지인이 말까지 더듬을 정도로 격앙된 표정을 지으며 휴대전화를 보여줬다. 거기에는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부모님을 모욕하는 내용의 문자가 수차례 와 있었다. 평소 활발했던 아들이 요새 며칠 동안 부쩍 말수도 줄고 우울해하는 것 같아 무슨 일이 있나 싶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는데 아이가 휴대전화를 놓고 학원에 간 사이 메시지 알림이 계속 울려 확인해 보았더니 이런 내용의 문자가 와 있었다는 것이다.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 적잖이 충격을 받은 그 지인은 자신의 아이가 겪었을 말 못할 고민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눈물까지 글썽였다. 부부가 맞벌이 하느라 좀 더 꼼꼼히 챙기지 못했다는 자책감도 토로했다.

더구나 문자를 보낸 상대방이 평소 알고 지내던 같은 학교 친구로 밝혀져 충격이 더 컸다고 했다. 특히, 혼자 속앓이를 하며 이런 걸 누구에게 얘기해야 되나 말아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저녁 산책을 나갔다가 우연히 만나 아이 문제를 놓고 그렇게 한참을 얘기했다. 그러다 보니 처음보다 감정이 많이 누그러진 지인은 혹시라도 내 아이가 먼저 잘못한 것은 없는지 그 아이가 왜 그런 문자를 보냈는지 먼저 확인한 후 그 아이 부모님과 상의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다음날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문자를 보낸 그 아이와 부모님이 찾아와 진정어린 사과를 했고, 두 가정 모두 아이들에게 더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번 일은 잘 해결되어 다행이지만, 최근 들어 중고생들은 물론이고 초등학생들도 SNS를 통해 주고 받는 욕설과 모욕적인 글이 문제가 되는 일이 부쩍 늘었다. 성적인 표현은 물론이고 부모님까지 비하하고 모욕하는 일도 다반사다. 심지어 단톡방을 만들고 이러한 방식으로 친구 한 명을 괴롭히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아이들이 이런 행동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장난쯤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SNS를 통한 폭력의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이런 아이들 문제가 어른들 다툼으로까지 비화되는 일도 종종 벌어지고 있다. 학교폭력실태조사 등 각종 조사에서 볼 수 있듯이 아이들 간 언어폭력이 이미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내 아이가 이런 피해를 입고 있지 않은지 또 누군가에게 이런 피해를 주고 있지는 않는지 부모의 관심과 교육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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