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산맥체계에 관한 연구는 풍수와 전통지리학을 기초로 한국 전통의 자연 인식 체계를 계승해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또 지질 및 지형학적 지리연구는 한반도의 지체 구조의 파악과 한반도의 지질 및 지형 발달사를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두 방법의 접근과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려는 시도와 함께 많은 연구가 계속 됐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산맥체계 확립에는 한계가 있었다.

일본인 지질학자 고토 분지로의 산맥분류체계는 기존의 전통지리의 산맥체계와는 다르게 산맥의 형성 요인, 지반운동, 그리고 조산(造山)운동에 의한 산맥의 방향과 지형을 중심으로 분류됐다. 해방 이후 국내 학자들에 의한 산맥 연구는 거의 대부분이 고토의 학문을 기반으로 지질학적 관점의 연구였다. 또 연구자와 연구방법 및 기준에 따라 각각의 산맥체계를 달리했고 우리나라 산맥 분류체계를 확립하지 못한 가운데 중등 및 대학 교육에서 혼란을 초래했다. 더구나 전통지리적 연구 방법은 조선 말에 단절된 뒤 현재까지 새로운 관점으로 연구 분석한 내용이 전혀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상기 관점에 대해 필자는 우리 국토의 특성과 국민 정서에 맞는 산맥체계의 정립과 계승발전을 위해 ‘전통 지리적 관점에 의한 한반도 산맥체계에 관한 연구(2013년)’를 발표했다. 연구의 특징을 살펴보면 전통지리적 관점인 태극(음, 양)의 이론과 이를 수치(數値)와 도해(圖解)방법 및 한반도의 위성 영상자료를 활용해 음양, 산수이론을 이해하고 산맥의 생성원리와 형태, 특징 등을 파악해 새로운 관점으로 한반도 산맥에 대한 접근을 시도했다.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산과 산맥에 대한 인식을 절대적이고 고정적이 아닌 상대적 유동적(변화) 관념으로 연구됐다. 이는 서양식 지리학에서 산의 높이는 단순히 해수면을 기준으로 해발 몇 미터로 인식되지만 전통지리적 관점에서는 관찰자의 기점에 따라 세분화돼 바다, 강, 하천, 시내, 계곡의 바닥면을 기준으로 변화됨을 인식했다. 또 산과 물은 태극의 원리에 의해 근본이 하나이고 서로 역(逆)의 관계로 이뤄지며 상호 작용을 통해 시작과 끝을 함께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둘째, 음양의 원리에 의해 낮음을 대표하는 음(陰)인 물줄기와 높음을 대표하는 양(陽)인 산맥(산줄기)의 생성원리를 파악했다. 음인 물줄기와 양인 산줄기는 계속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산줄기와 산줄기 사이에는 물줄기가 생성되고 물줄기와 물줄기 사이에는 산줄기가 생성된다. 또 산줄기와 물줄기는 같은 방향으로 진행된다. 아울러 물줄기의 생성원리에 따라 계곡, 시내, 하천, 강을 차례로 이룬 후 바다로 흘러드는 물줄기의 5단계 성장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셋째, 산맥과 물줄기 분류의 필요성을 통해 산맥 및 물줄기의 분류 기준을 마련했다. 산맥과 물줄기의 형성관계를 분석했고 산맥과 물줄기의 범위 및 규모를 파악해 판단 방법을 알게 됐다. 태극의 음양 원리에 의해 물줄기의 5단계 규모에 상대적으로 산맥 또한 5단계인 1차, 2차, 3차, 4차, 5차 산맥으로 구분했다.

넷째로 한반도 산맥체계에 대한 5단계 분류기준을 제시했다. 풍수 및 전통지리에서 산의 규모는 양쪽의 물이 만나는 지점까지를 말한다. 따라서 양쪽의 물의 규모에 따라 산맥의 규모가 결정됨을 알았다. 물줄기의 종류인 5단계에 따라 구분된다. 바다와 바다를 분리하는 산맥을 1차 산맥이 된다. 흔히 백두대간으로 백두산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진 산줄기로 동해바다와 서해바다를 나누는 산맥이 된다. 2차 산맥은 강과 강을 분리하고 3차 산맥은 하천과 하천을 분리하고 4차 산맥은 시내와 시내를 분리하고 5차 산맥은 계곡과 계곡을 분리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한반도의 1차 산맥도와 산맥 명칭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1대간 4정간이 한반도의 지형·지세임을 확인했다. 2차 산맥은 강을 중심으로 구분되는 10정맥임을 확인했고 3차, 4차, 5차 산맥은 각각 하천, 시내, 계곡들에 의해 산맥을 분류할 수 있음을 보여 줬으며 이에 대한 연구는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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