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중권 기자(세종 본부장)

설계 변경(設計變更)은 일반적으로 이미 계획된 설계에 대한 부분적인 변경을 말한다. 토목용어사전의 정의다.

관급공사의 경우 부조리의 개연성이 있다는 부정적 꼬리표는 의미심상하다.

본질과는 달리 ‘설계변경’이 ‘수의계약’ 으로 진행되면서 로비와 유착 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비리의 온상인 데도 불구하고 근절되지 않는 것. 그럴만한 내막이 있다.

공공기관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 계약법)은 공사비가 2000만 원 이상일 경우 공개입찰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 공개입찰을 피하기 위한 명분 중의 하나가 설계변경이다. 즉, 공개입찰 대상을 설계변경으로 둔갑, 수의계약으로 체결하는 것이다. 설계변경을 교묘하게 악용하는 편법사례다.

이 같은 수법은 공기업에서 주로 발생되고 있지만 옥석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이너 써클(핵심집단)’이 강한 집단 내부에서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수의계약’으로 둔갑되기 까지 수급자는 발주처에 목을 매게 돼 있다. ‘설계변경’과 ‘수의계약’의 결정권을 발주처(감독)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갑(甲)과 을(乙)의 운명적 관계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사슬이다.

지난 1일 박상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진주본사에서 ‘갑질’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대적인 ‘갑질 청산’에 나섰다.

LH의 ‘갑질 개혁’ 대변화를 예고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알맹이가 빠졌다. ‘투명성’이 지침에 없다.

‘수의계약’등 각종 의혹이 일 때마다 LH 측이 내놓는 고질적인 답이 있다. 영업상 비밀이다. 무엇이 그리 구린지 철저한 비공개로 장막을 치고 있다. 투명한 공개가 이뤄지지 않는 한 ‘비리의 온상’ 오명을 씻을 길이 없다.

사실상의 수의계약이지만 문서상에는 설계변경 항목에 기록된다. 수의계약이 문서상에 기록되지 않기 때문에 감사에서도 적발할 수 없다.

LH세종특별본부(본부장 조성순)는 세종시와 공동사업을 벌이고 있는 ‘세종 서창행복주택’과 관련해 비공개의 도를 넘고 있다. 이 가운데 오염토양 처리비용 13억(추산)을 설계변경, 수의계약 한 의혹도 사고 있다.

LH 세종본부 감독은 ‘영업상 비밀’이라는 앵무새 답변이다.

문제는 올해 들어 이 같은 설계변경- 수의계약 건이 기회 있을 때마다 이뤄졌다는데 있다. 공사비는 수백 억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성순 본부장 취임 이후 수의계약 건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업계의 주장이 설득력 있다.

본지는 이 팩트(사실)와 관련해 지난 9일 조 본부장 부속실에 전화를 하는 등 진위파악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LH가 스스로 적폐청산으로 내놓은 ‘갑질 오명청산’이 시험대에 올랐다. 투명성이 빠진 개혁, 세종본부가 반응할 때인 것 같다.

행복도시 착공 10년, 불모지의 땅에 행정수도 완성 론까지 신도시 건설을 주도해온 LH세종본부도 ‘오명 청산’에 서약했다.

취임 후 두드러진 수의계약으로 업계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조 본부장. 진위파악에 뜸을 들이는 그의 속내가 궁금하다.

세종=서중권 기자 0133@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