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이어 고등학교까지 잇따라 입학금이 사라져 가고 있다. 두 손 들어 환영할 일이다. 오히려 왜 진작 입학금을 폐지하지 않았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입학금 제도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다만 세계 각국 가운데 입학금 제도가 있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으로 일제시대 때부터 한국 학교들도 관행적으로 입학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입학금의 용처는 불명확하다. 그저 학생증을 발급하고 입학식을 하는 비용이라고 한다. 하지만 학생증을 황금으로 만들지 않는 이상, 그저 몇 천 원에 제작이 가능하다. 더구나 요즘은 은행이 현금카드 기능을 겸비한 카드형 학생증을 제작해 주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별도의 제작비가 들지 않는다.

입학식 비용이라고 하지만 그 또한 설득력이 없다. 여러 차례 각 급 학교의 입학식에 참여해봤지만 별도의 비용이 발생할 만한 무엇도 발견하지 못했다. 일부 학교가 입학 기념품 등을 만들어 배포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비용을 입학금으로 충당했다면 내가 낸 돈으로 내가 축하 선물을 받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된다.

각 급 학교의 입학금은 이미 오래 전부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도무지 용처를 알 수 없고, 명분도 없는 돈을 신입생이라는 이유로 납입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힘이 실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입학금 폐지를 공약으로 발표한 뒤 한층 공론화되기 시작해 이제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여전히 사립대학들이 반발하는 등 저항 기류도 만만치 않지만 명분이 없는 만큼 분명 사라질게 뻔하다. 사립대의 경우 많게는 100만 원에 가까운 금액을 받는 곳도 있었으니 반발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너무 쉽게 거둬들이던 돈을 이제는 더 이상 징수할 수 없게 되니 사립대학으로선 손에 쥐고 있던 장난감을 빼앗긴 듯 서운한 마음이 들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명분 없는 돈을 국민인 학부모들로부터 거둬들이는 것은 분명 우리가 청산해야 할 적폐 중 하나이다. 저항하지 못하는 약한 존재인 신입생에게 얼렁뚱땅 부담을 안기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대학들의 폐지 분위기에 편승해 고등학교도 입학금 폐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대학들이 더 이상 버틸 명분을 잃게 됐다.

벌써 수년째 등록금을 동결하고, 신입생 수는 점점 줄어들고, 정원 외 인원을 채워주던 중국 유학생들도 등을 돌리고 있으니 대학들이 겪는 고충이 큰 것은 알겠다. 앞으로 다가올 학생 없는 학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이해한다. 하지만 어렵고 불안한 사정이라고 해서 명분 없는 돈을 계속 징수하겠다는 것은 안 된다. 시대의 흐름이라면 미련 없이 따르는 게 맞다.

<김도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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