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성 전 둔산여고 교장

올해 가을은 다른 해보다 우리 모두가 보다 더 청량하게 느껴질 것 같다. 지난 여름이 다른 여름보다 유난했기 때문이다. 8월 한 달은 전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고온 다습한 날이 열흘 정도 더 길었던 것 같다. 또 국지적으로 날씨 변화가 너무 심해서 우리나라가 상당히 넓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같은 지역에서 폭우가 와서 프로야구 경기가 중지되는데 같은 지역 반대편에서는 비는 오지 않고 후텁지근한 날씨가 계속되는 경우도 많았다. 사람들은 이런 현상이 아열대성 기후가 되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월평균 기온이 섭씨 10도 이상 되는 달이 연중 8개월이 넘으면 아열대 기후로 본다고 한다. 그래서 개나리나 또는 진달래가 초겨울 또는 2월에 피는 현상을 보면 아열대기후가 되는 증거라고 말들 하곤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을은 오고 있다. 최근 주변에 있는 산이나 갑천을 걸어보면 완연히 느낄 수 있다. 7~8월에 그렇게도 흐드러지게 꽃을 피며 세력을 자랑하던 개망초 꽃들도 다 지고 늦여름에 피는 비수리(야관문)가 보라색 줄에 하얀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억새가 옥수수수염처럼 옅은 연두색 술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 술들은 이 삼주 안에 붉은 색을 띠는 보라색으로 변하고 가을이 깊어지면 갈색으로 변한 후, 달고 있던 씨들을 가을바람에 다 날리고 모든 것을 다 내려놓으면 은백색을 띠면서 가을 햇빛에 한없이 빛나는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해준다. 계절의 변화는 우리들에게 많은 일깨움과 새로운 것들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있는 것 같다.

8월 말 교육부가 수능 개편 발표를 1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대선 공약이라고 충분한 준비 없이 수능 절대평가를 하겠다고 나섰다가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심하자 일단 결정을 미룬 것이다. 이에 해당하는 중 3학생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야기된 것이다. 전 세계에서 대학입시 정책을 대한민국처럼 새 정부가 입각할 때마다 개편하는 나라는 없다. 아마도 이 분야에서 기네스북에 기록될 사항이다. 왜 우리나라만 그럴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입시가 교육의 본질에서 출발하지 않고 정치논리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표를 의식한 교육정책입안이 문제다. 마치 모든 사람들에게 만족하는 정책이 될 것처럼 발표한다. 경쟁사회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모두 만족하는 교육정책을 입안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또 하나 우리들에게 잘못 이해되고 있는 교육평등의 개념이다. 교육기회의 평등은 기본적인 여건을 평등하게 한다는 것이지 수준을 평등하게 한다는 것은 아니다. 교육은 학생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 발현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각자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다르기 때문에 그들의 능력에 맞게 개발 및 발현시키는 것이 교육적 평등이다.

일선에서 대입을 20년 이상 경험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 전에 실시한 적이 있었던 제도 중에서 대학수학능력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고사는 국가에서 관장해서 치른 후, 합격자에 한해서 대학진학은 각 대학에서 그 대학의 특성에 맞게 선발할 수 있도록 전권을 대학에 넘겨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있다. 대학입시에 교육부가 지금처럼 관여하는 방법은 우리교육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은 항상 사교육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단언컨대 어떤 선발방법을 만들더라도 경쟁이 있는 한, 사교육은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사교육을 공교육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할 때이다. 그리고 교육부가 이 가을에 억새처럼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은백색으로 빛나는 모습처럼,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교육의 본질을 생각하면서 혁신적으로 모든 선발권을 대학으로 넘겨주는 용단을 내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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