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필 대전테크노파크 감사팀장

 

올해의 추석 황금연휴를 2주가량 앞두다 보니 각종 메이저급 여행사로부터 추석 연휴기간 중 해외 패키지여행 상품안내 광고가 하루에도 수차례씩 휴대전화 문자나 인터넷 메일로 쏟아져 들어온다. 여행은 분명 지루한 일상에 활력소가 되고 새로운 공간에 대한 기대감으로 마음을 설레게도 하며 단시간에 비교적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우게 하는 아주 좋은 경험인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맞는 추석 황금연휴는 최장 10일을 쉬게 되는 특별한 기회이므로 해외여행을 고려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먼 나라에 장거리 여행도 가능할 것이고 또 가보고 싶은 외국 명소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둘러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번 연휴기간이야말로 국내여행이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이번 추석 황금연휴는 가급적 국내여행을 즐기시라는 제안을 드리고자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아시아권에서 중추절은 거의 비슷한 시기이므로 인근의 모든 여행지마다 인산인해 북새통으로 이어져 결국 그 나라 사람들만 실컷 보고 돌아오는 여행이 될 것이다.

둘째, 아시아권을 벗어난다 해도 평균 10시간이 넘도록 고속버스보다 좁은 비행기 좌석에 감금(?)당하는 고통을 포함하는 장거리 이동에 심신이 지쳐있는 상태에서 여행을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여행사가 제공하는 패키지 해외여행은 ‘옵션’, ‘쇼핑’ 등 숨어있는 부대비용을 감안해 보면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다. 국내여행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해도 여행기간 대비 소요비용을 비교하여 볼 때 비행기를 거의 공짜(?)로 탄다는 장점 이외에는 지출 면에서 차이가 없다.

넷째, 여행기간 내내 작은 불편의 연속이다. 한국에서 당연한 것들이 당연히 없는 경우가 많다. 식사 후 커피가 없거나 비싸거나 하고, 휴대전화 데이터는 거의 먹통이고, 언어가 안 통하니 답답한 경우도 많다.

이제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다음과 같은 이유가 기다리고 있다.

다섯째, 전국 방방곡곡 산간벽지 어느 곳에 가도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산을 들여 가꾸어 놓은 시설들이 실제로 매우 훌륭하다는 사실에 깜짝 놀랄 것이다. 하천 인근에는 어김없이 산책로와 잔디밭이 공원처럼 조성되어 있고, 경치 좋은 동네 산에는 접근이 편리하도록 나무데크와 전망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여섯째, 각종 지방의 다양한 축제 행사가 이 기간 중에 몰려 있다. 서산 해미읍성축제, 진주 남강유등축제, 안동 탈춤축제 등 어느 지역에 가도 함께 어울려서 볼거리 즐길거리가 널려있다.

일곱째, 세계인들이 인정하는 대한민국의 청명한 가을하늘을 두고 어디를 간다는 말인가? 여행의 절반은 날씨라고 한다. 눈부시도록 높고 푸르고 상쾌한 저 하늘에 뭉게구름과 잠자리들은 이 시기에 이 땅에서만 볼 수 있다.

여덟째, 과거 친했지만 오랫동안 연락을 못해본 보고 싶은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연휴기간이 길으니 전국 어디를 가도 인근에 보고 싶은 사람과 만나서 오랜만에 소주 한잔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아홉째, 국내여행은 아무래도 더 많은 가족 친지들과 함께할 수 있다. 몸이 불편한 집안의 어르신들도 모시고 갈 수 있고, 공부하느라 그동안 못 보고 지내다 보니 불쑥 어른이 되어버린 조카들도 데리고 갈 수 있다.

열째, 나의 뿌리, 나의 과거를 찾는 여행도 가능하다. 나의 고향이나 문중의 시조가 모셔져 있는 마을에 찾아가서 어르신들로부터 가문의 역사와 나의 부모가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 시간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다가오는 올해의 추석 연휴는 평생 만나기 힘든 황금연휴임에는 분명하다. 이제는 국민 모두 누구나 다 가는 해외여행 시대에 이토록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준 조상님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번 추석 연휴는 내 나라 내 땅에서 보내는 것이 어떨까하고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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