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관광 콘텐츠'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017~2018 관광100선’에서 충청권은 10곳이 포함됐다. 이 중 대전의 명소는 장태산 자연휴양림과 계족산 황톳길 등 두 곳이 이름을 올렸다. 물론 지역 관광자원이 부족한 건 아니다. 특히 100여 년 전 도시의 형태를 갖추게 된 대전은 도시 곳곳 문화관광 자원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을 풍부한 자원이 있음에도 누군가에 대전을 소개할 때 떠오르는 곳이 생각나지 않는 건 사람을 끌어당길 만한 유인력, 스토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은 지역 관광산업에 있어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1. 관광자원과 후한 인심, 관광거점의 조건
2. 관광 활성화를 위한 선택 ‘다크 투어리즘’
3. 근현대 100년 역사가 잠든 기회의 땅, 대전

관광은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는 ICT(정보통신기술) 산업과 맞물려 21세기를 이끌어 갈 중요한 전략 산업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선진국들이 이 같은 중요성을 인식하고 특색에 맞는 관광산업 육성 투자와 개발을 지속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추세가 이와 같지만 국내 관광산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관광 인프라의 편중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수도권과 제주도 등 일부를 제외한 지역관광 수요 대부분을 내수가 차지하는 현실속에서 관광숙박 인프라는 열악해지고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 체계 역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대전 관광산업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심화된 경영난으로 인해 폐업을 결정한 호텔리베라유성처럼 지역 숙박업체들은 장기화된 침체로 허덕이고 있고 시의 관심과 투자에 비해 대전만의 특색을 가진 문화관광 콘텐츠 개발도 더딘 흐름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지역 관광 대부분은 MICE 산업과 일부 외국인들의 의료관광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2017 하계휴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휴가기간 방문 도시 응답에서 대전은 전국 17개 시·도 중 15위(0.2%)에 머물렀다.

대전지역 관광자원이 아예 없거나 부족한 것도 아니다. 계족산성을 비롯해 수려한 문화를 자랑했던 백제의 문화가 살아 있고 송시열의 자취와 송준길의 별당 동춘당 등 조선시대 중·후반기 나라의 근간을 이룬 기호학파의 유산도 남아 있다. 사육신의 한사람으로 대전이 낳은 역사인물 박팽년의 유허지, 독립운동사에 큰 족적을 남긴 단재 신채호의 생가 등 문화유산도 있다. 세계적으로도 그 유사함을 찾을 수 없는 효 문화를 주제로 한 뿌리공원과 유성온천, 계족산 황톳길, 둘레산길 등 지자체의 지원과 전문가의 고민을 통해 스토리를 엮어 내면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관광콘텐츠를 갖출 수 있는 곳이 대전이다.

한 문화전문가는 “관광산업에선 사람을 끌어당길 만한 아이템과 스토리가 중요하다. 여기에 지역의 정체성과 연계성이 뒷받침되면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흩어진 관광자원들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여기에 스토리를 더해 이들을 어떻게 관광상품으로 만들어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광 소프트웨어 강화에 대한 인식 부족도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관광자원도 중요하지만 오는 사람 막지 말고 가는 사람 다시 오게 만들기 위해선 마음을 움직이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거다. 또 다른 문화전문가는 “관광산업은 미래 식량이다. 관광 상품 개발 준비를 게을리 해선 안 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친절, 사람, 인심으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도 중요하다. 훌륭한 하드웨어와 깊이 있는 소프트웨어가 결합했을 때 대전도 관광거점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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