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노동할 권리뿐만 아니라 휴식을 취하고 여가를 즐길 권리도 동시에 갖는다.

아무리 일을 하는 노동자라 하더라도 기계가 아닌 인간이기에 노동을 위해 휴식을 취하고 여가를 즐길 권리 역시 보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인권선언 또한 제24조에서 ‘모든 사람은 노동시간의 합리적 제한과 정기적인 유급휴가를 포함해 휴식과 여가의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휴가와 여가를 즐길 권리를 규정한 것으로, 사람에게는 단순히 먹고 마시는 생존권뿐만 아니라 사람답게 살고 누릴 권리가 있다.

세계인권선언이 제23조에서 노동의 권리를, 24조에서 휴가 및 여가의 권리를 분리해 규정한데는 이유가 있다. 노동할 권리만큼이나 휴식과 여가도 중요한 권리임을 강조한 것이다.

노동은 신성하고 진지한 활동인 만큼 휴식과 여가가 꼭 필요하다. 노동시간의 절대적 연장은 피로와 질병, 과로사 등의 폐해를 낳고 있음을 익히 알고 있는 세계 각국은 노동시간 단축과 휴식권 보장을 위해 애쓰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한국인의 노동시간은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은 2163시간으로, 가까운 일본의 1735시간과 비교해 400시간이 많고 네덜란드의 1380시간과는 800시간 차이가 난다.

따라서 세계인권선언이 강조한 제24조의 휴가 및 여가의 권리는 한국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조항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도 국민의 휴식권 확보를 위해 지난 2014년부터 대체휴일제를 실시하고 있다.

공휴일과 휴일이 겹칠 경우 평일에 쉴 수 있도록 해 공휴일이 줄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노동현장에서는 대체휴일제가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주5일제의 혜택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들에게는 대체휴일제가 상대적 박탈감을 주고 있다.

정부가 오는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9월 30일부터 한글날인 10월 9일까지 무려 열흘을 연속해서 쉴 수 있게 됐다. 때문에 국내외 주요 항공권은 동이 났고, 항공권과 여행상품들은 평소와 비교해 2~3배 이상 가격이 치솟고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들과 중소기업 노동자들, 그리고 비정규직과 일부 공직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공주시청 공무원들 또한 한숨만 쉬고 있다. 오는 28일부터 10월 5일까지 지역 최대 축제인 백제문화제를 위해 10일간의 황금연휴를 송두리째 반납해야할 처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일각에서는 공직자들의 연휴반납을 당연시 하고 있다. 공주시의회가 대표적이다. 축제의 성공을 위해 공직자들이 앞장서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그들의 휴식권을 박탈하고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전 공주시의회는 대규모 행사 후 일부 공이 큰 공직자들을 선발해 3일 이내의 대체휴가를 주는 것을 반대했다. 공직자들에게 주어진 21일의 연차휴가도 다 쓰지 못한다는 이유와 대규모 행사라는 규정의 모호성, 자원봉사자들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적어도 공직자들의 근무의욕 고취와 사기 진작을 통한 대 시민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서라도 통과시켰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축제의 성공을 위해 열성적으로 헌신한 그들에게 최소한의 대우를 해주는 게 그렇게 못마땅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 카피가 떠오른다. 일도 적당한 휴식 속에서 능률이 오른다. 하물며 그들도 공직자이기 이전에 한 가정의 엄마, 아빠이자, 노동자이자 시민의 한 사람들이라면 일만큼 가정도 소중하다.

일과 가정의 양립은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새 정부도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행복한 사회와 국가는 행복한 가정에서 비롯된다. 그런데도 공주시의회는 거꾸로 가고 있다. 반대 논리를 편 일부 의원들의 의중이 어디에 있는지 솔직히 모르겠다.

노동과 휴식을 동일한 가치로 볼 줄 알아야 인간화된 사회의 실현이 가능하다. 국민 모두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고, 국민 모두가 행복해질 것이다. 휴식과 여가를 사치로 여기는 순간 인간은 돈벌이 기계로 전락하고 만다. 휴식과 여가는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안전장치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이건용 기자 lg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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