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유교문화권 개발의 차별성을 확보하려면 유교문화 생산주체이자 소비집단인 종가(宗家)와 문중(門中)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유교문화 발상지인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과 활발한 인문학적 교류를 벌여 지역개발은 물론 관광활성화까지 꾀하는 일거양득 전략도 제시됐다.

13일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이상균 선임연구원이 내놓은 ‘영남유교문화권과 차별되는 충청유교문화권의 발전방안 현안과제 보고서’를 보면 충남도내 15개 시·군 전역에서 214개 문중조직이 각 지역 집성촌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여말선초 유교문화의 핵심인 주자가례 실천·보급을 통해 유교질서를 구축해왔고 조상의례를 주관하며 묘역, 재실, 기록 등 유교문화유산을 계승하고 있다. 문중이 보전해온 음식이나 관습, 전통지식, 의례 등 무형의 충청유교자원을 수집해 체계적이고 특색 있는 문화콘텐츠로 활용한다면 충청유교문화 저변 확산과 개발사업 효과 극대화를 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선임연구원은 “충청유학의 대표 인물인 사계 김장생, 우암 송시열, 동춘당 송준길, 명재 윤증 등의 종가가 유지되고 있을 뿐 아니라 종가는 충청유교 기록자원과 무형문화를 함께 전수하고 있다”며 “살아있는 충청유교문화의 진정성을 종가 의례 등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학이 본래 중국 산둥(山東)의 지역학으로 출발해 동아시아로 퍼져 나갔다는 점에서 유교를 ‘동아시아 공동문명’으로 보고 인문학적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목을 끈다.

충남도와 산둥성 간 국제교류가 올해 21주년을 맞았으나 주로 경제·통상 등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교류가 이뤄져 왔다는 한계 역시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산둥성은 특히 유교문화의 근원으로 여겨지는 공자와 맹자의 고향이자 중국 내 유학의 고향으로 불릴 만큼 위상이 높다. 산둥성 서남부에 있는 취푸(曲阜·곡부)시는 2008년부터 잇달아 7차례에 걸쳐 대규모 행사인 ‘세계유학대회’를 열고 ‘공자문화상’을 수여하는 등 국제적으로 유학 연구의 중심을 자처하고 있다.

이 선임연구원은 “지난 10년간 충청유교와 유교문화유산에 주목하고 위상을 정립하고자 노력해왔지만 국제적으로 충청유교를 담론화하는 네트워크는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며 “서해를 사이에 두고 충남과 마주하고 있는 유교의 본향 산둥성을 전략적으로 중요한 교류대상으로 삼아 지역활성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충남과 대전, 세종, 충북 등 충청권 4개 광역단체가 참여하는 ‘충청유교문화권 광역관광개발’은 국비 등 총사업비 7947억 원을 들여 지역 유교문화자원을 개발·보전하기 위한 것으로 오는 2026년까지 10년간 펼쳐질 예정이다.

내포=문승현 기자 bear@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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