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투어리즘 최적지 대전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017~2018 관광100선’에서 충청권은 10곳이 포함됐다. 이 중 대전의 명소는 장태산 자연휴양림과 계족산 황톳길 등 두 곳이 이름을 올렸다. 물론 지역 관광자원이 부족한 건 아니다. 특히 100여 년 전 도시의 형태를 갖추게 된 대전은 도시 곳곳 문화관광 자원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을 풍부한 자원이 있음에도 누군가에 대전을 소개할 때 떠오르는 곳이 생각나지 않는 건 사람을 끌어당길 만한 유인력, 스토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은 지역 관광산업에 있어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1. 관광자원과 후한 인심, 관광거점의 조건<9월 11일자 기사보기>
2. 관광 활성화를 위한 선택 ‘다크 투어리즘’<9월 12일자 기사보기>
3. 근현대 100년 역사가 잠든 기회의 땅, 대전

 

대전의 도시 역사는 근대와 함께 출발했다. 경부선 부설과 1932년 도청이 옮겨오면서 80여 년간 비약적 성장을 해왔다. 짧은 시간 동안 도시로서의 모습을 갖춘 덕분에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적 상황 속에서도 아직도 지역 곳곳엔 근대적 건축물들이 건재하게 남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근현대 100년 역사가 잠들어 있는 대전은 다크 투어리즘의 최적지이기도 하다.

지역 관광업계의 침체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대전도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9억 4000여 만 원의 예산을 들여 옛 대전형무소를 중심으로 전쟁과 학살 등 비극적 역사의 현장을 다크 투어리즘 코스로 개발하는 것이다. 현재 지역 내 다크 투어리즘 코스로 활용될 만한 곳은 옛 대전형무소, 국립대전현충원, 옛 충남도청, 산내 골령골 등이 거론된다. 옛 대전형무소는 일제강점기인 1919년 설치돼 민족 최대의 독립운동이었던 3·1운동 이후 도산 안창호 등 수많은 애국지사와 독립 운동가들이 투옥돼 갖은 고초를 겪은 현장이고 해방 후 한국전쟁 당시엔 죄 없는 양민들이 이유도 모른 채 죽음을 맞이한 곳이기도 하며 1980년대 민주화운동이 한창일 땐 독재정권 타도를 외친 무수한 시민들이 수감된 역사의 장소이기도 하다. 시는 이곳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고스란히 담아내기 위해 현재 남아 있는 망루와 우물 등 유적들은 정비하고 이곳을 오는 11월부터 추모기능이 가미된 공원으로 조성한다는 복안을 갖고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문화전문가들은 옛 대전형무소 터를 중심으로 국립대전현충원, 옛 충남도청과 민간인 학살이 자행됐던 산내 골령골 등을 잇는 다크 투어리즘 코스 개발이 본연의 의미를 충분히 살려낸다면 관광상품으로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북 군산이나 대구 등 다크 투어리즘으로 유명한 지역에 견줘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현재 원도심 활성화 차원에서 은행동과 선화동, 중앙로 일대를 근대문화예술특구로 개발하는 사업과도 연계해 지역 곳곳에 흩어져 있는 근대 문화유산과 문화예술을 접목하고 대전만의 특색을 갖춘 지역 문화의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한 문화전문가는 “대전 원도심 일대엔 옛 충남도청사를 비롯해 근대 건축물들이 매우 많이 있다. 다크 투어리즘과 맞물려 역사적 상징성이 있는 건축물들도 관광 코스로 개발한다면 대전 관광의 활성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대전이 참고할 만한 사례로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거론하는 이도 있다. 무너진 인간의 존엄성과 같은 슬픔을 교육적 가치로 승화시켜 이를 경제로까지 연결시킨 사례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전문가 김기옥 씨는 “아우슈비츠는 인권과 역사복원을 최우선 가치에 둔 경우다. 이와 비슷한 대전형무소나 산내 골령골 학살지 등은 인간의 존엄성이 무너진 슬픈 현장이기도 해 벤치마킹해 볼 필요성이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얼마나 상징성 있는 콘텐츠냐 하는 건데 단순히 보고 즐기는 코스보단 다크 투어리즘 본연의 성격에 맞게 충분한 반성과 교훈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끝>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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